[중앙로365] 21대 국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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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신라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선거가 끝났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치러진 총선이어서 후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선거전을 치러야 했다. 사회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하는 역설적인 시기에 실시된 선거인 만큼 매일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후보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선거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선거전을 마무리하고 이제 새로운 국회를 구성할 정치인들이 선출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시작은 우리를 설레게 하지만, 혹독한 겨울을 겪은 뒤 다가오는 새봄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처럼 봄을 즐길 여유가 없는 우울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치러진 선거이기에 새롭게 구성될 21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과 답답함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국민을 투표소로 이끈 힘은 20대 국회가 보여준 무능함과 무기력함에 대한 분노와 함께 이러한 절망적 정치를 변화시키고 싶은 열망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인물 변화만으로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대 국회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인적 변화를 넘어서는 정치권 전체의 사고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바람은 이번에도 수포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정치의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가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되는 20대 국회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 첫출발은 ‘막말 정치’의 타파이다.

코로나19로 더 힘들었던 선거전
정치 변화 갈망도 어느 때보다 커

무기력한 20대 국회 철저한 반성
‘막말 정치’ 타파로 새 출발 삼아야

정치는 싸움 아닌 정책 경쟁으로
국민 대변하는 일하는 국회 되길

“정치인은 말로 먹고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인에게 말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말 한마디로 국민의 마음을 얻거나, 그 반대로 한 번의 말실수로 정치 생명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치인에게 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단순한 언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언변을 가졌다는 것은 물론 정치인에게 좋은 재능이지만, 유창한 언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의 품격’이다. 막말하는 정치인은 그 자체로서 공직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정치인은 공인으로서의 품격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일부러 막말하는 정치인도 있지만, 이 또한 결국 부정적 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릴레이를 하다시피 계속 터져 나온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그 개인에 대한 지탄만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막말의 부정적 결과는 이번 선거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선거 막바지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제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민들이 정치인의 막말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우리 정치가 변하기 위해 21대 국회의원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공직자로서 품격 있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다른 정당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생각과 이해는 다양하게 표출된다. 국회를 구성하는 여러 정당은 사회의 다양한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며, 따라서 정당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각기 다른 국민들을 대변하는 부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영어에서 정당을 지칭하는 ‘Party’가 ‘부분’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마치 자신의 정당만이 우리 사회의 모두를 대변하는 것처럼 서로를 부정하는 극한의 대립만을 보여줌으로써,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현상을 사라지게 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를 가진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국민들의 대변자로 구성된 국회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공존해야 한다. 공존의 출발은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자세이며, 그 속에서 비로소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정책 경쟁으로 기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치에 이를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 중요한 기능은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나아가 정부의 행정권 집행을 견제·감독하는 것이다. 20대 국회는 이러한 기능을 송두리째 상실한 국회였다. 입법과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규율까지 어기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서슴지 않는다거나, 극단적으로 대립함으로써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극도의 비효율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그 결과는 ‘동물 국회’ 아니면 ‘식물국회’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권력을 위해 대립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해 일하는 국회이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는 국민의 대변자로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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