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프로야구 없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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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스포츠팀장

“야구 없는 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 그래서인가 봄 같지 않네요.” 코로나19 안부를 묻는 지인의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예년 이맘 때는 프로야구로 들썩인다. ‘야구의 도시’ 부산은 더욱 그렇다. 야간 경기가 있는 날 사직야구장 인근을 지날 때면 관중의 함성으로 마음이 설레고, 야구 소식을 알고 싶어 마음은 다급해진다. 롯데가 이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면 우울해지는 ‘부산갈매기’들의 희노애락이 충만했던 봄이다. 프로야구 없는 봄을 맞으면서 ‘코로나 블루(우울증이나 무기력감)’가 더 심해졌다는 말들이 주변에서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19 여파 프로야구 실종
5월 초 무관중 개막 윤곽 희소식
미국 ESPN 국내리그 중계 타진
목청껏 외치는 샤우팅 응원 유지돼야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코로나19가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프로야구 개막 윤곽이 나오고 있다. 5월 초 개막이 유력하다. 지난 14일 시즌 개막일을 확정하기로 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종 결정을 21일로 미뤘다.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세가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기간이 끝나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개막일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일 결정은 미뤘지만 팀 간 연습경기는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21~27일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프로팀 간 연습경기를 벌이기로 했다. 롯데는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와 2경기씩 총 4경기를 한다. 연습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숙박 없이 당일치기로 치르도록 했다.

팀 간 연습경기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즌 개막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21~27일 연습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5월 1일 개막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야구장에서의 감염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KBO와 구단의 노력도 엿보인다. KBO는 개막을 하더라도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진행하고, 상황을 보면서 관중 수를 조금씩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야구장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관중없는 프로야구는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고육지책이긴하지만 무관중이라도 시즌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프로야구에 목마른 팬들의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 야구장에는 가지 못하지만 TV 중계를 통해서라도 갈증을 해소해야 한다.

미국 스포츠채널인 ESPN도 5월 초 개막을 부추기고 있다. ESPN이 지난주 KBO에 리그 중계가 가능한지 문의를 해왔다. 미국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프로스포츠가 모두 멈춰선 상태다. 메이저리그(MLB)는 정규시즌 개막을 연기했고,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는 모두 시즌을 중단했다. 중계할 콘텐츠가 마땅치 않던 ESPN이 한국프로야구 중계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KBO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 프로야구를 더 알릴 수 있어 성사된다면 좋은 기회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는 생활 패턴을 비롯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프로야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란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응원문화를 꼽는다. 한국프로야구 응원문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화끈하다.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이 주도하는 대규모 샤우팅 응원은 외신에서도 여러 차례 조명할 정도다. 2012년 야구 담당 기자일 때 영국 국영방송인 BBC가 사직야구장을 찾아 팬들의 응원 모습을 촬영해가기도 했다. BBC는 당시 홈페이지 기사를 통해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인 스포츠팬의 응원을 보러가라”며 독특한 사직야구장의 응원문화를 조명했다. BBC는 “사직구장은 3만여 명의 팬이 지르는 시끌벅적한 함성과 막대 풍선이 일제히 부딪히며 나는 응원소리로 가득하다”면서 “경기가 끝날 때쯤 오렌지 비닐봉지를 모자처럼 만들어 쓰고 신문을 찢어 뭉쳐서 응원도구로 만들어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같은 샤우팅 응원은 당분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육성으로 내지르는 응원은 비말을 퍼뜨릴 수 있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아서다. 당분간 관중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겠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응원문화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전자오르간 선율이 주도하는 메이저리그 응원이나 소수 외야석 서포터스가 주도하는 일본의 조용한 응원 문화도 참고하자는 것이다.

우리 만의 샤우팅 응원 문화를 바꾸는 것은 반대다.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은 조심해야겠지만, 목청껏 소리지르며 응원하는 우리 만의 응원 문화는 경기 이외의 또다른 카타르시스가 있다. “롯~데, 롯데, 롯데, 롯데~ 승리의 롯데~” 야구장에서 이 함성을 목청껏 외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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