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과반 압승 배경은] 안정 택한 마스크 민심, 문 정부 국정 운영에 힘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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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민심의 선택] 민주당 과반 압승 배경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왼쪽).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실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4·15총선에서 국민들은 ‘견제’나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고,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참패’를 기록했다.

4년 만에 여대야소 ‘국정 탄력’
여 ‘과감한 입법 드라이브’ 예상
통합당 참패로 내부 혼란 불가피
향후 정국 강 대 강 일상화될 듯

 이날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던 민주당에 강한 지지를 보내면서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 선거에서 크게 이겼다. 민주당은 기존 원내 1당을 사수하는 것을 넘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거여(巨與)’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비례대표 선거 개표 결과는 16일 낮 최종 공개된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최소 153석에서 최대 178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최소 전망치조차 전체 300석의 절반(150석)을 넘는 숫자다. 이에 따라 4년 만에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부 심판론’은 물론 ‘독주 견제론’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통합당은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초유의 4연패를 할 운명을 앞두게 됐다. 통합당은 20대 총선부터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한데 이어 이번 총선까지 연거푸 4번 패했다.

 통합당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포함해 107~133석 정도를 기록하면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블랙홀’ 현상에 더해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 등 막판에 터진 각종 악재도 통합당 패배에 적잖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통합당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부터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민주당은 16년 만에 의회 권력을 확보, 지난 총선 때 만들어진 3당 체제도 붕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정국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국회 운영에 있어 민주당은 보다 과감하게 입법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가령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이전에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통합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군소 야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었으나 이제는 단독 추진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다.

 당장 16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규모나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놓고 제1 야당과 입장차가 있으나 수적 우위로 입장을 관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7월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막판에 잇따라 터진 '막말' '실언' 등이 참패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부터 '특정 세대 비하 발언'(서울 관악갑 김대호), '세월호 텐트 막말'(경기 부천병 차명진)이 연이어 터지며, 수도권에서 각종 외부 여론조사는 물론 당 내부 분석에서도 좁혀지던 열세 판도가 오히려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9월 '조국 사태' 이후 여권에 등을 돌린 진보 이탈층과 중도층, 무당층 사이의 기대에 발맞추지 못하면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선거 패배를 둘러싼 지도부 책임론이 터져 나오면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비상대책위 출범과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서는 수적 열세를 다시 절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쟁점법안 저지에 실패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 경우 통합당이 장외 투쟁 등 과격한 대응에 나서면서 국회에서 대치 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16년에 탄생했던 3당 체제가 붕괴하면서 국회도 양당 체제로 환원, 국회 운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 세력이 없어지면서 민주당과 통합당 간 ‘강 대 강’ 대결이 일상화될 수 있다.

 ‘대선 전초전’인 이번 총선의 결과는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체적으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토대로 유리하게 풀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잠룡들은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서울 종로에서의 승리를 토대로 대권 가도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대부분 낙선하면서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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