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 쟁탈의 중심에 선 미디어, 진실이 지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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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와 사회 변화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했다. 부산일보DB
1988년부터 시작된 노태우 정부는 언론, 교육, 문화와 같은 ISA(국가 이념 기구)를 민주화했다. 신문사 등록제, 문화 콘텐츠 검열 완화와 해금, 언론노동조합 탄생, 편집국장 직선제, 전교조 탄생 등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주장을 펴는 데 표현 자유 억압이란 제약을 없앴고 소통 공간(공론장)을 폭발적으로 확대했다. 민주화되고 확대된 소통 공간에서 정치인, 학자, 종교인, 예술인, 노동자, NGO, 학생들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이때부터 미디어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정치적 이익집단들이 국민에게 자발적인 지지와 동의, 그러니까 ‘헤게모니(패권)’를 얻으려는 수단이 됐다.

정태철 교수 ‘한국의 미디어…’
사회 갈등 속 미디어 역할 서술
한국 사회·정치 ‘미디어화’ 진단
“이미지가 본질 호도해선 안 돼”

최근엔 전통적인 신문·방송 외에도 인터넷 매체, SNS, 모바일, 플랫폼 등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소통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정태철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의 미디어 사회갈등 사회변화>(경성대학교 출판부)에서 “헤게모니 쟁탈 공간이 된 미디어가 폭발하자 헤게모니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며 “보수와 진보,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대북 견제와 평화적 남북 대화,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등으로 의견이 양극화됐다”고 말한다. 최근 SNS, 공중파, 인터넷 신문, 유튜브 등으로 번지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도 전방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헤게모니 쟁탈전의 연장이라고 본다.

책은 한국의 전통적 미디어 역사는 물론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미군정 시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사회 갈등과 변화를 설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과 위상을 규명하고 있다. 단순히 미디어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변화와 갈등이 가진 ‘사회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거시적으로 서술해 눈길을 끈다.

정 교수는 현대의 사회 갈등과 변화가 미디어와 끈끈하게 연동돼 있다고 본다. 이게 바로 한국 사회와 정치의 ‘미디어화(mediatization)’다.

미디어가 사회 변화의 보조 역할에 그치던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에는 사회 변화의 조역이던 미디어가 변화의 동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적 헤게모니 위기 현상도 사회와 정치의 미디어화와 관계가 깊다”고 진단한다. 정치 집단이 미디어를 이용해 좋은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 주려고 할 뿐, 자기주장의 본질로 사람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헤게모니 싸움이 정책 설득이 아니라, 이미지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미디어 결정론을 언급하며 결론을 제시한다. “메시지는 미디어여야 한다. 그 메시지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람에게 전달돼야 한다. 미디어 의존형 이미지는 사회의 본질을 호도한다. 미디어라는 테크놀로지에 한국인과 한국 역사가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이 담긴 메시지가 한국의 사회 갈등과 변화를 이끌고 미디어를 지배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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