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소설가의 귓속말 /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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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뭔지…”

은 소설가 이승우의 문학 에세이다. ‘신은 왜 신인가.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거처도 행동도 운명도 알 수 없고, 그 사랑도 그 가혹함도 이해할 수 없다. 그의 간섭은 물론 침묵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이다.’ 현미경 같은 문장들로 소설은 뭔지, 작가는 뭔지, 글을 쓴다는 것은 뭔지에 대하여 썼다. 프랑스 시인 라마르틴은 섬광처럼 떠오른 영감에 대해 자랑을 많이 늘어놨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후 그의 서재에서 수없이 고쳐 쓴 방대한 분량의 원고가 나왔다. 영감에 얽매일 게 아니라 “발견한 것과 발견할 것에 몰두하기 위해 고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글을 쓸 때 누구·무엇을 대표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절실한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관여된 것만이 절실하다”며 “‘중요한가’를 묻지 말고 ‘절실한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암병동에서 환자가 극심한 고통으로 절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때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곁에 앉아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는 일밖에 없다고 한다. 그처럼 어찌할 수 없는 아픔에 손을 내미는 문학이 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승우 지음/은행나무/232쪽/1만 35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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