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열심히 살았는데 아픔만 남은 유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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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보고 싶은데 언제 오세요?”

수화기 너머 유정(가명·52) 씨의 힘없는 목소리에 사례관리사는 급하게 달려갑니다.

거뭇거뭇한 피부, 생기를 잃은 눈동자, 앙상한 팔다리…. 갈 곳이 없다며 구청을 찾아온 유정 씨의 첫인상은 영양분을 다 빼앗긴 마른 나뭇가지 같았습니다.

아버지 이어 남편 폭력 시달려
절망감에 술 의지하다 간경화
가족도 일자리도 건강도 잃어

어린 시절 유정 씨는 아버지에게 참 많이도 맞았습니다.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유정 씨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유정 씨에게 남편은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다가왔습니다. 형편상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야했지만 다정한 남편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남편은 폭력과 폭언, 의처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유정 씨는 견디다 못해 도망치듯 집을 나왔습니다.

유정 씨는 친정에 갔지만 환영받지 못했고 결국 혼자가 됐습니다. 어떻게든 살아야했기에 식당 설거지, 서빙 등 일할 곳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식당일을 마친 뒤 텅 빈 식당에 앉아있을 때면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절망감이 유정 씨를 엄습했습니다.

출구 없는 터널에 갇힌 듯한 갑갑함과 두려움을 잊기 위해 한잔, 두잔 술을 마셨습니다. 술은 어느 순간 불러오는 배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건강이 걱정됐지만 거처 없이 여인숙을 떠돌며 지냈기 때문에 숙박비를 내려면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유정 씨의 터질 듯한 배를 본 사장님의 권유로 올해 2월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고, 간경화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도 열심히 살지 않은 적이 없는데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가족도, 일자리도, 건강도 잃은 유정 씨에게 세상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유정 씨에게는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 수가 없었지만, 술로 건강을 잃은 것을 깨달은 순간 술도 끊었습니다.

지금 유정 씨는 구청 긴급지원의 도움을 받아 여인숙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자립하고 싶은 마음에 신문의 구인코너를 보며 일자리를 구해보려 하지만 일자리도 없을 뿐더러 아직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닙니다.

언제쯤 유정 씨에게 따뜻한 봄날이 찾아올까요. 단칸방이라도 좋으니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하게 잠잘 수 있고, 직접 요리하여 따뜻한 집밥을 먹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유정 씨. 그 소박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실 온정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부산 남구청 주민지원과 황아람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에서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클릭

△지난 10일 선하 할머니 후원자 65명 421만260원(특별후원 BNK 부산은행: 254명 공감 클릭 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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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됐습니다-지난 3일 자 미선 씨 사연

지난 3일자 미선 씨 사연에 59명의 후원자가 344만 6260원을, 277명이 공감기부를 통해 100만 원을 모아주셨습니다. 모아주신 소중한 후원금은 미선 씨의 치과 진료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미선 씨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세상엔 어둠보다 밝음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 미선 씨는 앞으로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정성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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