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PK 압승은 지역주의 아닌 정권 견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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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조경태(가운데) 당선인을 비롯한 부산지역 당선인과 시당 관계자들이 16일 시당에서 부산시민의 지지와 질책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4·15총선의 부산·울산·경남(PK) 투표 결과를 두고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PK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가던 민주당이 이번에 10석에서 7석으로 3석을 잃은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특히 통합당이 석권한 대구·경북(TK)과 PK를 ‘영남권’으로 한데 묶어 ‘보수 텃밭’ 이미지를 다시 덧씌우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이런 비판이 온당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부산 18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평균 44.3%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 평균 득표율 39.0%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각 지역구 단위로도 민주당 후보는 두 곳에서 30%대 득표율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핵심 기반인 ‘낙동강벨트’는 물론, 중부 원도심, 해운대 등 동부권 등에서 골고루 4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통합당 후보와 접전을 펼쳤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PK=보수’ 과거 투표 반복 비판
민주 40%대 득표율 접전 구도
지역 경제·현안 불만 표출 시각

20대 총선 때는 6개 지역에서 30%대 득표율이 나왔고, 4곳에서는 20%대 득표율이 나왔다. 이러한 득표율의 급격한 상승은 조금만 더 인적 자원을 충원하고 지역 민심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정반대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의석 수는 줄었지만, 투표의 질적 측면을 보면 적어도 부산 전역과 경남의 낙동강벨트 지역에서는 언제 정반대 결과가 나올지 모를 정도로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역주의라는 비판은 PK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판단 기준 대신 ‘PK=보수’라는 과거의 맹목적인 투표 행위를 반복했다는 비판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PK의 경우, 지난해 ‘조국 사태’와 여권의 선거법 강행처리 등을 거치면서 여권의 오만한 행태에 대한 비판 기류가 누적됐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 지역 출신 여권 인사 다수가 연루된 비위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권 견제’ 여론이 비등해진 것이 사실이다. 올 3월 초까지만 해도 지역 여권에서는 “이대로는 총선에서 전멸”이라는 위기감이 가득했다.

여기에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산업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높은 자영업 비중 등 지역 경제에도 악재가 끊이지 않았고, 가덕도 신공항 등 현안 사업들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통합당에 대한 지지 여부와 별개로 PK 표심이 여권에 ‘회초리’를 들어야 할 이유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의 한 여권 인사는 “그럼에도 ‘코로나 민심’으로 접전 양상까지 왔는데, 막판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가능’ 발언 등이 정부 견제론을 자극하면서 박빙 지역의 승부를 가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지역 상황은 도외시한 채 표피적인 결과만 보고 지역주의 회귀로 섣부르게 낙인을 찍는 행태야말로 수도권의 선택 만이 ‘표준’이고 ‘합리’라는 다분히 수도권 중심적인 사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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