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낙하산 공천’ 부산 보수도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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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이유 있는 민주당 선택

제21대 총선 부산 남구을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당선인이 16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주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4·15 총선’ 다음 날인 16일 오전 1시가 넘어서야 선거 결과 윤곽이 드러난 부산 남을. 피 말리는 접전 끝에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당선인이 생환하게 됐다. 부산에 닥친 '보수결집' 분위기 속에서 같은 지역의 시의원 보궐선거에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통합당 이언주 후보의 ‘낙하산 공천’에 대한 부산 반발 민심이 상당 부분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차례 당적 변경·사천 논란
유권자에 부정적 이미지 각인
보수 성향 강한 지역 불구
불과 1430표 차 패배 초래

박 당선인과 이 후보는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개표율 100%가 돼서야 당락이 갈렸고 박 당선인은 불과 1430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진행된 부산시의원 남구 제2선거구 보궐선거에서는 통합당 김광명 후보가 민주당 반선호 후보를 5370표(10.47%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 민주당 반 후보는 박 당선인 정무특별보좌관 출신으로 그의 분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남을 지역에 포함되는 대연1·3동, 용호1·2·3·4동 전체에서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보다 1만 표 이상 더 많이 득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보수 바람이 거셌던 지역에서 박 후보가 신승을 거둔 것은 이 후보를 둘러싼 ‘낙하산 공천’ 논란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지역 경기 침체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음에도 경기 광명을에서 지역구를 옮긴 이 후보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 유세 과정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런 불만을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도 이 같은 기류를 선거 활동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남을 지역에 필요한 일꾼은 자신임을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자신의 모교인 영도여고가 있는 중영도 출마를 희망했다. 하지만 중영도 현역인 김무성 의원과 갈등을 겪었고 여기다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 논란도 불거지는 등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연이어 나왔다. 지역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당 공관위는 이 후보를 전환배치, 남을에 전략공천했다.

이 후보는 ‘보수 여전사’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로 전국적 지명도와 장년·노년층 지지에 힘입어 인지도에서는 부산 어느 후보보다 탁월하다는 평가이지만 재선으로 지낸 8년 동안 민주통합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전진당을 거치는 등 여러 차례 당적을 옮긴 사실에 대해서는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이 후보 배우자와 박 당선인 선거운동원 사이에 유세 중 몸 싸움 시비가 붙은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유세 과정 중 박 당선인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후보의 배우자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당선인 측은 "이 후보의 배우자가 박 후보 유세 장소에서 이언주를 외치는 추태를 부렸고, 이 과정에서 지지자와 단순히 몸만 닿은 것"이라고 맞섰다. 당선인 측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이 후보에게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 연출됐다.

그동안 부산은 보수 정당 후보 당선이 비교적 수월한 곳으로 여겨졌다. 이번 4·15 총선 부산 전체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남을처럼 통합당 후보라는 이유로 공천만 하면 이긴다는 공식 자체도 흔들린 만큼 '낙하산 공천'이나 사천 논란 역시 정작 선거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반발 기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이 후보와의 박빙 대결을 통해 승리를 거머쥔 만큼 당선 소감에서 “이번 선거에서 박재호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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