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21대 국회와 해양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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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4·15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총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고, 현역 의원 60%가량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국회 불신을 강조하는 이도 있다. 동서로 나뉜 정당 색깔에서 지역 갈등의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그러나 21대 국회가 ‘경제국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의 불온한 경기 예측도 잇따르고 있다.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로 대표되는 3저 현상도 추락하는 경기를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그럼에도 21대 국회는 정당인과 법조인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부 경제부처 고위직 공무원, 국제금융계 인사 출신의 당선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특히 해양경제 분야 당선자는 20대 국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21대 국회는 ‘경제국회’ 꼭 지향을
경제계 인사 적다면 전문가와 소통
여야 해양수산계 당선자·공약 빈약
정치적 위상 높여서 정책 견인을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유기준 이주영 김영춘이 모두 불출마하거나 고배를 들었고,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 열성적인 활동을 보인 윤준호도 낙선했다. 김영춘은 한진해운 파산 직후 해양수산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통해 해운산업 부활의 디딤돌을 놓았지만 정작 지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윤준호는 짧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굴 패각 자원화, 수소선박, 러시아 항만 개발 등에 열의를 보이며 해양수산 분야의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그 역시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부산 남구갑에 출마한 해양수산부 전 차관 출신의 강준석도 해양수산 이슈 선점을 통해 지지층을 확대하려 했으나 국회 입성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부산·울산·경남을 벗어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황주홍은 거대 여당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한반도수산포럼 고문이던 오영훈이 제주에서 살아남았고,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김희곤과 한국해양산업협회 대표이사장을 겸직했던 전 부산일보 사장 안병길이 아쉬운대로 범해양인으로 분류될 정도다.

이번 총선에서 해양수산인의 존재감은 단지 인물 한계성에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 정국 때문에 공약이 무의미해졌다고 해도 각 당 공약 목록에서 해양수산업계 현안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등재된 공약도 실망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10대 공약에 해양수산을 따로 구분했지만 내용이 빈약했다. 그나마도 수산 분야에 국한함으로써 한계를 나타냈고 농어업 분야의 여성과 청년 공약도 해양수산부 내 여성정책 전담조직 확대가 전부였다. 해양과학이나 해운항만산업 전반에 관한 이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10대 공약에 아예 해양수산 분야를 포함하지도 않았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약에 포함된 후계 농어민 육성자금 금리 인하가 유일했다. 두 당의 부산시당 공약은 나름대로 지역특성을 감안했지만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정부 정책을 답습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 지원 컨트롤타워 구축, 공동어시장 현대화, 부산항 인텔리젠트 항만화, 해양관광산업 규제자유지역 지정, 대형 수리조선단지 개발 등이 모두 그랬다. 그만큼 정치적 존재감이 미약했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위상 확대가 절실하다.

총선이 끝난 뒤 각 당은 하나같이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앞다퉈 선언하고 있다. 선언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석학들은 전망한다. 더 이상의 극한대립과 반목은 국회에서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3류 정치가 1류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도 더 이상 용서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를 열 동력은 어떤 경우에서든 경제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이 상상력을 발휘해 국가 발전의 무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새 국회에 경제 전문가가 적다면 전문 식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 정치인들은 해양이 가진 경쟁력을 확대할 정책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식견과 경험이 부족하다면 여야를 넘나드는 협력도 절실하다.

내달 30일 새 국회의 문이 열린다. 윤사월 8일이란다. 옛말에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탈이 없다고 했다. 윤달이 일종의 가욋달, 여벌 달이라서 재액(災厄)이 들지 않기 때문이란다. 21대 국회는 윤달에 시작하니 액 없이 국정이 수행되길 바란다.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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