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삼정 더파크’ 25일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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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폐업하는 부산 ‘삼정 더파크’ 전경. 부산일보DB

어린이날을 불과 보름 앞두고 부산의 유일한 동물원인 ‘삼정 더파크’가 폐업한다. 2020년 4월 25일까지 매수를 약속했던 부산시가 이를 거부하자 운영사인 삼정기업이 폐업을 선언했다.

‘삼정 더파크’ 운영사인 삼정기업은 19일 “‘더파크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 제5조 2항에 따른 매수 의무를 부산시에서 거부해 동물원을 오는 24일까지 운영한 뒤 폐업한다”고 발표했다.

부산시 매수협약 거부하자
삼정기업 “운영 포기” 선언

2014년 문을 연 ‘더파크’는 부산에 10년 만에 등장한 동물원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초라한 운영 성적을 보이며 만성 적자에 시달려 왔다. 앞서 2012년 부산시는 삼정기업과 ‘매수청구 협약’을 맺었다. 동물원 준공 이후 3년 안에 운영사가 동물원 매각 의사를 보이면 부산시에서 최대 500억 원 내로 소유권을 사들인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협약을 맺은 건 원 시행사가 약정 불이행으로 나가떨어진 상황이라 누가 동물원을 떠안든지 적자를 볼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부탁에 시공사로 참여했던 삼정기업은 연대보증까지 서가며 졸지에 동물원 운영을 떠맡게 됐다. 첫 3년 운영을 마친 부산시와 삼정기업은 한 차례 연장 운영에 합의했지만 적자에 시달리던 삼정기업은 오는 25일 협약 시점이 다시 도래하자 결국 동물원 운영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부산시는 다음 인수자를 구하기는커녕 매수 거부 의사를 꺾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원 민간 토지 중 한 필지의 공유지분을 핑계로 매수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

일단 삼정기업은 인도적 차원에서 최소 운영인력은 남겨서 동물 사육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포함해 50여 명 남짓한 ‘더파크’ 직원은 이미 한 달 전 해고 통보를 했다. 삼정기업 측은 “공사비도 제대로 못 받고 매년 십 수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 동물원을 6년이나 운영했는데 부산시가 협약 시점이 되니 엉뚱한 공유지분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동물원의 폐업과 직원 해고는 전적으로 부산시의 책임이다. 부산시가 언제까지 개인기업에 대한 희생만 강요할 참인지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25일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부산은 또다시 동물원 하나 없는 광역지자체로 전락한다. 앞서 1964년 부산에는 국내 최초 민간 동물원인 ‘동래 동물원’이 있었지만 2002년 폐업했다. 1982년 생긴 ‘성지곡 동물원’은 2005년 문을 닫았다.

권상국·이상배 기자 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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