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중도 끌어안는 혁신적 리더십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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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PK 차기 주자] 무소속 김태호 인터뷰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승리한 김태호 당선인은 대선 구도로 전환된 정국 속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힌다. 그는 “앞으로 보수 정치권을 통합과 화해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일보DB

21대 총선은 완전히 끝났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차기 대선구도로 정국이 전환된다. 부산·울산·경남(PK)의 미래를 짊어질 차기 주자들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된다. PK 출신 차기 주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철학과 비전, 가능성 등을 점검해 본다. 김태호(무소속) 김두관(더불어민주당) 홍준표(무소속) 당선인 순으로 진행된다. 새 인물이 부상할 경우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보수 진영, 통합과 화합 필요
집 새로 짓겠다는 자세 갖고
과거 잘못 고백할 수 있어야”
통합당 대표 유력 후보 부상

무소속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당선인의 최대 장점은 ‘통합의 리더십’이다. 그는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을 ‘용광로’처럼 하나로 묶어 낸다. 김 당선인이 <부산일보>의 ‘PK 차기 리더 연쇄 인터뷰’의 첫 번째 주자로 선정된 이유도 궤멸 상태인 보수 정치권을 되살리기 위해선 통합과 화합이 매우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내 실시될 미래통합당 당대표 선거의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먼저 그에게 이번 4·15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 PK에서 승리한 통합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 당선인은 명쾌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며 “그래서 PK에선 정권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시에 이 정부로부터 이반된 민심을 우리가 껴안지 못했다”며 “수도권에서 중도 진영이 기댈 만한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그럼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이 뭘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김 당선인은 “집을 새로 짓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보수 진영의)사람과 생각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때 김태호란 인물이 할 일은 뭔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자 김 당선인은 “많이 부족하다”고 운을 뗀 뒤 준비된 답변을 이어갔다. 김 당선인과의 인터뷰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당선이 확정된 다음 날인 16일과 18, 19일이다. 그에게 질문서를 사전에 제공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거침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20대 총선 불출마와 2018년 경남도지사 선거 낙선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독서와 여행 등을 통해 상당한 ‘내공’을 쌓았다는 의미다. 김 당선인은 “우리가 명중률을 높이려면 화살통에 화살이 많이 있어야 하듯이 야권통합이란 큰 목표를 위해 더욱 끈끈하게 연대하고 결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향후 역할과 관련, “야당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이제 대여 투쟁 방식도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며 “보수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얻어야 하고, 중도층을 끌어 안기 위한 ‘감수성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고백할 줄 알아야 한다”며 “그런 자세에서 다시 출발해야 보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인가' 하고 물었다. 통합당은 연내에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김 당선인은 “아직 그런 부분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누가 (대표를)하겠다는 것보다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며 “내부분열은 상대가 바라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승부사’ 기질이 강하다. 김 당선인은 35세에 경남도의원에 당선된 뒤 거창군수(39세)를 거쳐 만 41세에 경남도지사가 됐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 최연소 광역단체장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만 47세에 국무총리에 지명되기도 했고, ‘노무현의 성지’로 꼽히는 경남 김해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사람들이 그를 ‘선거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성향이 유달리 강한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는 20명의 PK 무소속 출마자 중 유일하게 승리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김 당선인은 통합당 강석진 후보를 7000표 넘는 차이로 이겼다. 그는 승리의 요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김 당선인은 “우리 지역은 경제적으로 험지이다”며 “정치가 막힌 곳을 뚫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 유권자들이 존재감 있는 정치인을 원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을 만나 보면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말하는 분이 무척 많다”고 했다.

그는 부·울·경 정치권 통합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당선인은 “PK에는 리더십 있는 정치인이 없다”며 “리더십만 있으면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21대 국회가 개원되면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대권 구도와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선 경제 못지 않게 외교와 안보, 통일 분야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그가 대권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선 전국 단위의 지지세 구축과 광범위한 인맥 형성, 보좌진 재편 등 난제들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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