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진짜배기' 플레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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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스포츠팀 부장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축구공 대신 두루마리 휴지를 발로 툭툭 차올린다. 이른바 ‘휴지 리프팅’이다. 능숙한 리프팅으로 19회 성공한 후 멋진 슛으로 마무리한다. 축구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스테이 앳 홈 챌린지(Stay At Home Challenge)’의 한 장면이다.

스테이 앳 홈 챌린지는 집에서 하는 도전이란 의미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대부분 스포츠가 멈춰선 가운데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캠페인이다. 선수들의 다양한 영상이 ‘#StayAtHomeChallenge’란 해시태그를 달고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포드, 첼시의 태미 에이브러햄 등이 휴지 리프팅에 동참했다. 얼마 전엔 메시의 열렬한 팬인 6살짜리 여자아이가 능숙한 축구공 리프팅을 선보인 영상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테니스 스타들은 ‘100발리 챌린지’에 나섰다. 앤디 머리와 노바크 조코비치는 자택에서 아내와 함께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발리 100회를 주고받는 도전에 성공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는 아내가 SNS에 나오는 걸 수줍어한다며 사양했지만, 앞서 벽을 앞에 두고 짧은 거리에서 공을 계속 받아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인비를 비롯한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은 집 안에서 골프 묘기를 선보였다. 대략 4~5m 떨어진 곳에 물을 담은 컵을 세워두고 칩샷을 해 골인시키는 미션에 도전했다. 박인비 다음으로 이정은, 이승현 등이 배턴을 이어받았고, 유소연은 공을 벽에 한 번 튕긴 후 컵에 넣는 고급(?) 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국의 인기 자동차경주대회인 나스카(NASCAR)는 유명 드라이버들이 참여하는 시뮬레이션 카레이싱 게임을 열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데빈 부커(피닉스 선즈)는 동료 선수들과 벌인 비디오 게임 NBA 2K20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상금 10만 달러(약 1억 2000만 원)를 전액 기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난 18~19일 K리그 소속 선수들이 참가하는 온라인 축구게임 ‘K리그 랜선 토너먼트 TKL컵’을 개최해 팬들의 무료함을 달래 주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확산이 빚어낸 이색 풍경이다. 전에 없는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국내 프로농구·배구 리그가 아예 취소됐고, 진작에 시작했어야 할 프로축구와 야구는 이제야 개막 시점을 잡고 있다. EPL 등 유럽 5대 축구 리그와 NBA도 중단됐고, 메이저리그는 언제 ‘플레이 볼’을 외칠지 가늠할 수 없다.

봄이 왔으나 약동해야 할 스포츠가 더 깊은 겨울잠에 빠진 지금,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 선수들이 자택에서 ‘집콕’ 훈련과 함께 팬들을 위해 선보인 이벤트가 챌린지 영상이다. 외부활동 대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코로나19를 이겨 내자는 캠페인 성격도 강하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이벤트일 뿐이다. 스포츠 선수는 역시 필드와 코트, 트랙을 누빌 때 가장 빛난다. 골을 넣고 홈런을 날리고, 극적인 역전 퍼팅의 감동이 있는 곳. 수천수만 관중의 뜨거운 함성이 어우러진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열정이 보고 싶다. 파이팅 넘치는 ‘진짜배기’ 플레이가 그립다. ky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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