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정전 사고 정관신도시,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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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못 살겠다.” 요즘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내뱉는 하소연이다. 잊을 만하면 다시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 사고 때문이다. 지난 17일 밤 정관신도시 전체 세대의 84%가 넘는 2만 6000여 세대에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완전 복구까지 걸린 30분 동안 정관신도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아파트 승강기에 갇혀 119 구조 대원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관신도시에선 이 같은 대형 정전 사고가 이전에도 여러 번 발생했다. 전기 공급량이 부족한 시기도 아니고, 더구나 생활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할 대규모 신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한국전력을 대신해 정관신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 구역전기사업자인 부산정관에너지(주)는 이날 정전 사고에 대해 예비 변압기 관련 소프트웨어를 점검하던 중 발생한 프로그램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관신도시 주민들은 2017년 2월 무려 9시간이나 정전되는 악몽을 경험한 바 있다. 부산정관에너지는 그때의 ‘대정전’ 후 예비 선로와 예비 변압기를 증설하는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해 왔는데, 17일 정전은 그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부산정관에너지는 이후 관련 프로그램이 안정돼 비슷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대규모 신도시서 매년 발생 이해 안 돼
정부 등 적극 실태 조사로 재발 막아야

정전 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불안한 것이다. 실제로 정관신도시에서 비슷한 정전 사고는 매년 반복돼 왔다. 2017년 2월 발생한 9시간의 대정전은 당시 전력을 공급하는 변압기 폭발이 원인으로, 2만 3000여 세대가 한겨울 추위에 떨어야 했다. 당시 상가와 교통신호기 등에도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신고된 피해 금액만 18억 원에 달했다. 정관신도시 정전 사고는 2018년 4월에도 발생했다. 당시 6000여 세대에 공급되는 전력이 10분간 일제히 끊겼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정관신도시에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이 차단돼 4500세대가 40분간 피해를 입었다. 사정이 그렇다면 순간을 모면하려는 땜질식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관신도시는 건설 당시 도시적 기능이 완비된 대규모 자족형 신도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하지만 해마다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으로 그 같은 구호는 무색해졌다. 주민들이 부산정관에너지를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장군도 부산정관에너지를 신뢰할 수 없어 실태 조사에 나설 참이다. 부산정관에너지 측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그들에게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기장군은 물론 부산정관에너지에 대한 관리·감독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적극 나서 정전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수많은 주민들에게 애꿎은 피해를 입히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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