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비극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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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진상 규명해 피해자 위로해야

"주민들을 초등학교로 오라고 한 뒤 집을 불태우고…. 그 밭에서 죽은 사름들이 몽창몽창 썩어 거름되면 이듬해에는 감저 농사는 참 잘되어서. 감저가 목침덩어리만씩 큼직큼직해시니까."

제주도 4·3사건을 기록한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의 일부다. 제주도민에게 씻을 수 없는 한을 남긴 4·3사건이 72주년을 맞이하면서 제주의 비극을 기억하고 널리 알리려는 활동들이 활발하다.

어떤 연예인은 인스타그램에 제주 4·3의 영혼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올려 희생자를 추모했고, 각종 SNS에는 추모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또 제주 프로축구구단인 제주 유나이티드는 4월 자체 연습경기에서 유니폼 가슴 부위에 동백꽃 패치를 부착해 도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4·3사건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주 4·3사건은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기영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4·3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산하 시인의 서사시 '한라산', 강요배 화가의 작품집 '동백꽃지다', 가수 안치환이 부른 '잠들지 않는 남도', 김경률 감독의 영화 '끝나지 않는 세월' 등 문학과 미술, 음악, 연극과 영화에도 4·3의 한이 스며있다.

2018년 제주 대정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 '4월의 동백'은 고교생들이 만든 4·3 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1만 715명, 행방불명 3171명, 후유장애 142명이 희생됐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를 합친다면 1만 5000~2만 명이라는 주장부터 '8만 명 희생설'까지 나온다. 당시 제주의 인구가 30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 중에서도 여성이 21.1%,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5.6%, 61세 이상의 노인이 6.2%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잔혹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아직도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것이라 믿는다. 붉은 동백꽃처럼 소리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없지만 4·3 희생자 추념일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오희준 부산일보 청소년 기자(대연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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