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막지 못한 80대 노모의 내리사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아들 차로 착각해 손잡이에 용돈

80대 할머니가 아들의 차량으로 착각해 용돈을 두고 떠나는 모습이 주변 CCTV에 담겼다. 통영경찰서 광도지구대 제공

“공부 못 시킨 게 너무 미안해서….”

치매에 걸려서도 자식을 향한 사랑만큼은 놓지 못한 경남 통영이 한 80대 노모 사연이 지역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20일 경남 통영경찰서 광도지구대에 따르면 지난 14일 “누군가 자신의 차량 손잡이에 5만 원 지폐와 함께 과자와 떡 등 먹을거리가 담긴 봉지를 자꾸 끼워 두고 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확인된 사례만 5차례. 경찰은 주차된 차량 주변 CCTV에서 용의자를 찾아냈다. 거동이 불편한 한 할머니가 힘겨운 걸음으로 와 차량 문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탐문에 나선 경찰은 인근에 사는 A(86) 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할머니는 집으로 찾아온 경찰관에게 어렵게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는 홀로 아들을 키웠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초등학교 공부밖에 시키지 못했고 미안함과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왔다. 몇 년 전까지 할머니 집 근처에 살다 지금은 타지에 머무르고 있는 아들은 평소 빨간색 승용차를 몰고 다녔는데, 신고자 차량도 빨간색 승용차였다. 치매에 걸려도 아들 승용차의 색깔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할머니가 신고자 차량을 아들 차량이라 생각해 수시로 쌈짓돈을 꺼내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몰래 남기고 갔던 것이다.

지구대 관계자는 “할머니가 아들에게 공부 못 시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할머니가 5차례에 걸쳐 두고 갔던 돈 21만 원을 돌려줬다.

김민진 기자 mjki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