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없이 출항하는 꼴… 고3 입시 전략 ‘초비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코로나19 4월 수능 모의평가 취소

초등학교 1∼3학년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후 부산 동구 수정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이날 초등학교 1∼3학년이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강선배 기자 ksun@

4차례나 미뤄졌던 올해 첫 수능 모의평가가 사실상 ‘취소’돼 입시 전략을 짜야 하는 고3 학생들이 혼돈에 빠졌다. 대개 고3들은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를 통해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함은 물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남은 수험 기간의 계획을 세우고, 수시냐 정시냐의 대입 방향도 정하게 된다. 그만큼 첫 모의평가가 중요하다. 고3 학생들은 가뜩이나 올해 사상 첫 온라인개학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학평 취소로 소득 격차, 지역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4차례 연기된 전국연합학력평가
집에서 문제풀이, 사실상 취소돼
수험생 객관 위치 파악 기회 무산
남은 시험 기간 전략 수립 차질
“사교육 격차로 지방 학생 더 불리
고3만이라도 등교 개학을” 여론 


4월 전국학력평가 시험을 주관한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4일 실시되는 학력평가를 원격수업 프로그램으로 대체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서울의 경우 문제지를 당일 오전에 워킹스루 등의 방식으로 배부해 시험 시간표에 따라 각자 집에서 문제를 풀고 정답과 해설은 당일 오후 6시 이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이 시험지 배부와 활용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할 것을 권고했다. 등교해 치르는 시험은 불가능하다.

부산시교육청은 "아직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문이 오지 않아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치를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시험지는 모두 출력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24일 아침 일찍 각 학생들이 학교로 오게 해 배부하거나 PDF 파일을 온라인으로 올리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실한 시기, 학생들을 학교로 오게 하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치르는 시험의 경우 정확한 평가가 어렵고, 전국단위 채점과 성적 처리를 하지 않아 ‘입시 잣대’로서의 효용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교육계와 학생들은 24일 학평을 기점으로 고3 학생들의 등교수업이 시작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올해는 특히 2015년 개정교육과정으로 출제되는 첫 수능이므로, 학평을 통해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더 컸다. 수능 실전 분위기를 익히고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첫 학평은 중요하다.

고3 학생들이 입시에서 점점 더 불리해지는 상황과 관련, 학생과 학부모는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고3 학생인 백미진 양은 “원격수업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교사 강의 중심으로 흘러가 발표나 토론 등 학생부 종합전형에 쓸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없고, 정시를 노린다 해도 재수생보다 고3이 더 불리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어 불안하다”면서 “정부가 고3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3을 둔 학부모 김영미(48) 씨는 “등교가 미뤄지고 있는 시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들은 사교육 힘을 빌려 더욱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한다”면서 “서울에서는 학원 휴원율도 낮고 학원에 가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던데 결국 서울과 지역의 격차도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일부 고3 학생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재수학원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등교를 재개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가장 보수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고3 학생들은 “철저한 방역과 거리 두기를 지켜 고3만이라도 등교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부 교사도 “소득과 지역에 따른 학력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며 “고3과 중3만이라도 1, 2, 3학년 교실로 흩어져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등교개학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