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또 신규 확진 “개학은 언제” 학부모 속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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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산에서 26일 만에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정혜연(43)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남매를 두고 있는 정 씨는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더 이상 내보일 바닥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도돌이표’를 만나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신규 환자수가 눈에 띄게 줄어 그래도 5월 초에는 개학을 할 수 있겠거니 하고 버텨 왔는데 감염 환자가 교회까지 갔다니 다 무너져내리면서 그냥 화만 났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아이들을 학원에도 보내지 않았고,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친정 오빠네 식구들까지 모두 동원해 ‘돌봄 전선’에서 있는 힘껏 노력해 왔는데, ‘보상’은 커녕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벌’을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지역사회 감염 종료 직전 발생
돌봄 부담 큰 학부모들 허탈
128번 환자 교직원, 파장 커
3차 온라인개학 e학습터 접속 지연

부산에서 다시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나오면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한숨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신규 환자가 학교 교직원과 간호사로 지역 사회 파장이 큰 데다 현재 파악된 접촉자만 400명이 넘고 전수검사 대상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부모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1학기 등교개학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자신과 가족이 학교와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인데 교회까지 가다니…. 더욱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지 모르니 비난하지는 말자"는 반응도 있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송 모(48) 씨도 “수시로 가게와 집을 왔다갔다하며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원격수업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원격수업을 하는 상황도 미래교육을 앞당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도대체 개학은 언제 하는 것이냐”고 허탈해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아예 일을 그만둔 박 모(40) 씨는 "아이들과의 마찰 횟수도 늘어나고 일을 그만둔 게 잘한 건가 싶은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한데, 경제적으로까지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 다들 조금만 더 거리 두기에 동참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128번 환자가 학교 교직원인 데다 128번 환자의 아내도 학교 교직원으로 알려져 교육당국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신규 환자 발생에 따른 파장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아예 9월 개학을 주장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 스마트학생복이 지난 2일부터 2주간 1522명의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 외에 어떤 대안이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가장 많은 42%가 9월 학기제 도입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20일 전국 초등학교 1~3학년의 3차 온라인개학이 이뤄지면서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원격수업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1~2학년의 경우 아직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어려워 EBS TV 방송과 학습꾸러미를 통한 수업을 진행한다. 이날 부산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e학습터로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 접속 지연 등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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