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고등어, 전남 장흥 위판 구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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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어(市魚)’ 고등어의 ‘탈(脫)부산’ 우려(부산일보 2월 5일 자 1면 등 보도)가 구체화하고 있다. 전국 고등어 유통의 90%를 담당하는 부산의 고등어 배가 전남 장흥군으로 들어가는 내용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것이다.

20일 장흥군청에 따르면, 최근 장흥군은 수산물 유통업체인 용천수산(주)과 ‘장흥 노력항 선망어업 선단 유치를 위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장흥군이 관내 노력항에 고등어 위판을 위한 기반시설을 갖추면, 용천수산이 대형선망 선단과 함께 노력항에 고등어를 위판한다는 내용이다.용천수산 관계자는 “4곳 정도의 대형선망 선단 선주들과 여러 달 현장 실사 등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함께 일하기로 합의한 상태”라며 “선단 측이 적극적으로 동의해 MOU를 맺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선단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용천수산·장흥군 선단 유치 MOU
부산시 “역외 위판 막도록 노력”

대형선망이 노력항에 고등어를 위판하려면, 우선 기반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장흥군은 내년에 100억 원 상당의 예산을 확보해 노력항 서편 물양장 6600㎡를 신설하고, 이곳에 급속냉동실과 저온창고 등 기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2022년에는 일부 대형선망 선단이 장흥에서 고등어를 위판하게 된다. 지금까지 경남·전남 일부 지자체가 고등어 위판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으나 이번처럼 선단과 연계된 유통업체가 지자체와 MOU를 맺을 만큼 구체화된 것은 처음이다.

대형선망수협도 이번 MOU가 체결된 후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수협조차 어느 선단이 장흥군 위판을 추진하는지 파악을 못 하고 있는 상황.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타 지역 위판장이 조건에서 유리할 경우, 수협 입장에서 개별 선단의 위판을 막을 수는 없다”며 “장흥군이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출지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에서 고등어를 본격 위판할 경우, 부산의 고등어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주어획 수역인 제주도 인근에서 선적항까지의 거리, 선적항에서 수도권과의 교통 등을 고려할 때 비용과 시간 면에서 부산이 불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장흥군이 위판장을 추진하더라도 계획보다 몇 년 더 걸릴 것”이라며 “그동안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현대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위판장으로 거듭나 고등어 역외 위판을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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