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제발 받게 해달라” 부산 스타트업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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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을 대표하는 유망 ‘스타트업’이었다. 올 초 부산 벡스코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지점을 신설하고, 직원을 대폭 충원한 건 성장세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을 넘기고 있는 지금, 하루 매출 5000원이 찍히는 날이 허다하다. 승승장구하던 스타트업은 어느새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여행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짐캐리의 이야기다.

짐캐리는 자체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여행 스케줄만 등록하면 캐리어를 포함한 여행객들의 짐을 옮겨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관광 관련 스타트업 가운데서는 가장 눈부신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 투자유치 프로그램인 엘캠프(L-CAMP) 참여는 물론 지난해 부산시 선정 우수 공유기업에도 선정됐다. 부산관광공사가 매년 뽑는 우수 관광 관련 앱에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여행객 짐 운반 서비스 ‘짐캐리’
벡스코·서울점 등 개소 승승장구

코로나로 하루 매출 5000원 악몽
대출금 발목, 정책자금 문전박대
“정부·지자체가 기업들 보증서야”

짐캐리의 손진현 대표는 올해 퀀텀점프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로 부산역 본사에 이어 벡스코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신규 지점을 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희망은 곧 절망이 돼 버렸다. 국내 관광 성수기인 3~4월에 매출은 말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신규 지점들의 임대료는 당해 낼 도리가 없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어느새 쏙 들어갔다. 직원 11명에 대한 인건비도 큰 부담이다.

연일 코로나 관련 정책 지원 뉴스가 쏟아지지만, 짐캐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 손 대표는 “정책 발표는 5G, 실제 현장은 2G 수준이라는 우스개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코로나 자금 대출을 위해 찾았던 부산신용보증재단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사업 확장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에서 1억 원을 대출받은 게 발목을 잡았다.

부산시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민생지원금 100만 원도 받지 못한다. 규모로 따져 볼 때 5인 이상의 기업형 소상공인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결국 시중은행으로 찾아가 8%대 이자로 수천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아야 했다. 손 대표는 “코로나 대책과 관련 없이 받을 수 있던 대출”이라며 “이런 신용대출로는 한 달 고정비용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이 다음 달까지 계속되면 폐업은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 대표는 “정책이 발표되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확인할 방법은 안내 페이지에 딱 하나 적힌 문의전화밖에 없는데, 지금은 전화 연결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무작정 현장을 찾아가면 ‘약속을 잡고 오라’기에 상담조차 못 받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절실히 이해한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 기업들의 보증을 서 줘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준의 자금이 기업에 신속하게 수혈될 수 있는 체계가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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