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 싱가포르의 위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 인구 585만 명의 싱가포르가 최근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학을 강행한 뒤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고 있는 데다 공동 거주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증가한 탓이다.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기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집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누적 확진자 수 8014명, 누적 사망자 수 11명으로 나타났다.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자 발생
개학 강행 지역사회 감염 늘어
기숙사 이주노동자들 집단 감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휴교령을 비롯한 개학 연기 조치를 실시한 가운데 싱가포르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예정대로 개학을 진행했다.

개학 하루 전, 옹예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SNS에 “성인보다 어린이가 코로나19에 덜 감염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언급하며, “학교 안이 더 안전하며,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서라도 개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학교 내 감염 가능성을 걱정하며 개학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를 뒤로 하고 개학은 일제히 강행됐고, 싱가포르 교육 당국은 교문 앞 문진과 발열 체크, 해외 방문 이력 확인, 시험 대형 수업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개학 당일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학 이틀 후, 한 유치원에서 약 20명의 집단 감염 사례가 보고되자 싱가포르 교육부는 4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재택수업으로 조치를 선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으며 빠르게 감염이 확산하자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3일 결국 재택수업 전환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기숙사에 수십 명이 함께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감염 확산도 문제다.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언론들은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전날 1426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에서 하루 기준으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인데, 이들 중 ‘기숙사 이주노동자’가 1369명으로 96%를 차지했다. 지난주에도 신규 확진자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90% 정도였다. 전체 누적 확진자 8014명 중 ‘기숙사 이주노동자’ 확진자는 6075명(75.8%)으로 집계됐다. 32만 30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43곳 중 28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이 중 18곳은 이미 격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기숙사 이주노동자들에게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데에는 한 방에 최대 20명까지 모여 생활하는 기숙사 주거 상황의 취약성을 싱가포르 관리들이 과소평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에게 의료 봉사를 하는 싱가포르 국립대 보건대학의 제레미 림 교수는 타임에 “기숙사와 이주노동자 관리는 (당국의)인지 사각지대였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