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20일(현지시간) 78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 또한 4만 명을 훌쩍 넘겼다. 신규 확진자는 감소해 13일 2만 5300여 명에서 18일에는 3만 2500여 명까지 증가세를 보였으나 19일 2만 6900여 명으로 줄었다.

‘한국 사위’ 별명 호건 주지사
‘오래가는 우정’ 작전명 붙여
코로나 50만회 검사 물량 수입
한국계 아내 유미 여사 큰 역할
경제 재가동 주별 대응 엇갈려
트럼프 “미국 이민 일시 중단”

코로나19의 확산이 주춤해지자 최우선 화두가 된 경제 재가동을 놓고는 주별로 대처 양상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주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재가동을 준비 중인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는 일부 상점·사업자의 영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뉴저지주는 코로나19 억제 조치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억제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반면 테네시·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은 경제 조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메릴랜드주가 한국으로부터 50만 회에 이르는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들여와 눈길을 끌었다.

20일 브리핑에서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지사는 “지금까지 7만 건가량 검사를 진행한 상황에서 50만 건의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한국으로부터 확보한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브리핑에 한국정부 대표로 참석한 주미 한국대사관 홍석인 공공외교공사를 향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앞서 18일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볼티모어-워싱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건 주지사와 한국계인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직접 공항에 나가 ‘귀한 진단키트’를 맞았다.

‘한국 사위’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호건 주지사는 지난 3월 28일부터 ‘오래가는 우정’이라는 작전명을 붙여 치밀하게 진단키트 구입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수혁 주미대사와의 통화에 유미 호건 여사를 동참시켜 한국 진단키트를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거의 매일 밤 시차와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장시간 통화하며 한국 쪽 파트너와 논의를 이어갔고, 꼬박 22일 만에 진단키트를 실은 항공기가 착륙했다고 소개했다.

호건 주지사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원해 준 한국 파트너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하고, 특히 아내를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미국에서는 각 주지사가 경제 정상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단키트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주지사들에 경제 정상화 결단을 압박하는 한편 주별로 알아서 진단키트를 확보하라고 재촉해 왔으며 호건 주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워 왔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검사에 필요한 진단 키트를 한국에서 구매한 메릴랜드주지사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메릴랜드의 한국산 검사키트 확보가 화제로 떠올랐다. 기자들의 질문에 보건복지부 차관보와 펜스 부통령이 정확한 답변을 못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어 “호건 주지사가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더라면 검사키트 확보에 필요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50만 회의 테스트가 신속히 환자를 가려내는 메릴랜드주의 능력을 극적으로 늘리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의 공격과 우리 위대한 미국 시민의 일자리를 보호할 필요를 고려해 미국으로의 이민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 행정명령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이민 프로그램이 중단된다는 것인지 등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