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젤리국자와 돌스프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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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스프가 우렁우렁 끓는다

젤리국자가 쿨렁쿨렁 웃는다



젤리가 불가능에 기여하려는 순간에 대해서라면

명랑한 사기꾼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물체가 되기 직전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숨이 차오르는 임계점에 대해 꽃들은 씨앗에 기록을 한다



절정 앞에서 멈추는 연습을 하다가

발 위로 많은 발목들이 떠나갔다



남겨진 수많은 발들을 감상하기에 좋은 아침



-김미령 시집 중에서-



끓는 돌스프를 말랑말랑한 젤리국자로 뜰 수 있을까. 출근하기 직전 아침을 먹으며 이런 상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대부분 불가능을 내포하기도 해서 그 시작이 두렵기만 하다. 불가능 앞에서 쿨렁쿨렁 웃을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맹랑한’ 사기꾼도 ‘명랑한’ 사기꾼으로 만드는 비법이라 하겠다. 고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닌 젤리 상태는 사랑에 빠지기 직전의 표정, 아침을 시작하기 좋은 표정이다. 꽃씨를 바람에 다 날려 보낸 민들레가 한치나 더 자란 걸 볼 수 있으면 더 좋은 아침!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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