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착공 원전해체연구소, 지역경제 살리는 마중물 돼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원자력발전소 해체를 전담 연구할 원전해체연구소가 마침내 내년 하반기 부산·울산 접경지와 경주에서 착공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 하반기 연구소 법인을 설립하고 건축 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원전해체산업 육성 허브 역할을 수행할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추진 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2017년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해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2년 10개월 만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온 것이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 정부의 탈핵, 탈원전 행보에 이어지는 부산·울산 경제를 살리는 지역 상생 모델로서 기대가 크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돼야 할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밝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추진 계획에 따르면 경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본원은 부산과 울산 접경 지역에 약 7만 3000㎡ 규모로, 중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분원은 경주시 나아산업단지에 2만 4000㎡ 규모로 각각 건설된다. 연구소 건설 사업비만 총 322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부산·울산과 경주로 기관이 둘로 쪼개진 데 대한 아쉬움은 없지 않으나 국내 원전 30기 가운데 26기가 경수로이고 나머지 4기가 중수로여서 원전해체연구소 입지로서 동남권만큼 최적이 없음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원자력 사업체와 원전 해체 산업 역시 동남권에 집중돼 있다.


탈원전 기조 이어 갈 원전해체연구소
국내외 시장 선점 등 제 역할 해내길


원전 해체 관련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전 해체는 원전 관련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원전 450기 중 운영 연수 30년 이상인 원전이 305기로 약 68%에 이르고,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549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원전 해체 실적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등 3개국 정도뿐이라고 한다. 이미 영구정지된 원전 173기 중 해체가 끝난 원전도 21개에 불과하다. 한국이 고리1호기를 성공적으로 해체하고 기술을 개발한다면 국내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원전 해체 산업이 기존 건설 산업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세계 원전산업현황 보고서(WNISR 2019)를 보더라도 2065년이 되면 사실상 세계는 ‘원전 제로’에 이를 전망이다. 현 정부의 원전 정책 패러다임도 건설에서 해체로 옮겨지고 있는 만큼 원전해체연구소가 원전 정책에 있어 새로운 핵심기관이 될 전망이다. 원전해체연구소가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 방안 연구, 인력 양성 외에도 원전 지역 소재 원전기업의 해체 산업 참여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허브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정부도 이번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