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인사 잇단 막말에 “오만하다” 비난 여론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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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권 인사들의 막말이 잇따르고 있다. 강한 적대감이 담긴 표현을 내뱉는 데에 스스럼이 없고, 심지어 직접 유권자를 겨냥한 욕설 수준의 막말도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거친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정치인들이 대거 낙선하고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막말을 쏟아내는 인사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역에서는 21대 국회가 개원해도 여야가 협치보다는 갈등과 반목을 거듭할까 불안하다는 우려와 함께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터져나오는 여권 일각의 오만함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부산 여권도 총선 패배를 극복하려고 낮은 자세로 지역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중앙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충남 당진 민주 어기구 당선인
유권자에 “×자식” 욕설 의혹
관련 기사에 분노 댓글 이어져
고개 숙인 부산 여권도 곤혹

20일 <부산일보> 온라인 기사로 실린 ‘ 어기구 의원, 유권자에 ×자식이네 욕설 의혹’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이번 총선에 충남 당진에서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인물로 유권자에게 욕설을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 의혹은 어 의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유권자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이 돌아다니면서 퍼졌다. 문자메시지 캡처본에 따르면 유권자 A 씨는 어 의원 등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재난지원금 정부와 발 맞춰 70프로 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문자를 받은 어 의원은 "당신이 대통령하시죠"라고 대꾸했고, 이 같은 태도가 알려지자 다른 유권자 B 씨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서 유권자한테 반말에 협박질이냐. 당선됐다고 막 나가네"라고 질타했다. 이에 어 의원은 "×자식이네"라며 "유권자가 유권자다워야지"라고 반발했다.

어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반응은 “오만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막말은 어느 특정 정당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견제 세력이 없어져 오만하게 구는 것이냐” 등의 비난 댓글들이 이어졌다.

적대감 담긴 막말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시민도 있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인의 글이 대표적으로 그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검찰·언론 개혁’을 거론하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글을 썼다.

최 당선인은 지난 19일 열린민주당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데 이어 21일에는 법정에도 섰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 줬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통합당 지지자라는 김 모(52) 씨는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들으면 통합당 당선인이 많이 나온 부산도 미운 털이 박힌 것 아닐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을 향한 경고로 보이는 발언들이 쏟아지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황희석 후보 등이 “망나니들이 칼춤을 추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검찰과 윤석열 총장을 향한 거친 말들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당선인 등 일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이다 보니 검찰 압박용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 ‘막말 정치’는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선거 패배의 요인 중 하나로 차명진·김대호 후보의 막말이 이어지며 중도층 이탈이 급격히 이뤄진 데에서 찾고 있다. 부산에서 막판 보수 결집이 일어나며 통합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한 것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여권 인사들의 막말에 부산 여권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부산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 상당수가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낙선 인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타 지역 여권 인사 망언이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번 선거에서 박빙 지역이 속출한 데서 알 수 있듯 여든 야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서지 않으면 안 된다.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민심은 더 빨리 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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