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속 쪽잠 자며 사투 “중증환자 간호 멈출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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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병동 전체를 비우고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부산의료원. 부산의료원 제공

부산의료원은 긴 하루를 보내고 21일을 맞았다. 부산의료원 간호사 A 씨가 코로나19 부산 129번 확진자가 된 것이 지난 19일. 부산의료원 전 직원 660여 명을 포함해 병원 관련 인력 961명의 전수검사가 빠르게 진행됐고 20일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아들었다.

부산의료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병동 전체를 비우고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2월 21일 1, 2번 환자를 시작으로 부산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을 치료했다. 부산의료원의 코로나19 입원환자는 3월 초 60명까지 늘었다가 21일 오전 12명으로 줄었다. 마지막으로 추가된 2명이 A 씨와 A 씨 아버지인 128번 확진자다.

대구 환자 치료 부산의료원 병동
한 달간 고령 와상 환자들 돌봐
방호복 탈의 과정서 감염 추정
14일 격리기간 중에도 진료 계속

A 씨는 부산의료원 2층 병동에서 근무했다. 대구 대실요양병원에서 전원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입원한 곳이다. 지난달 22일 10명, 이틀 뒤에 4명이 전원됐다. 모두 식사부터 배변까지 24시간 수발이 필요한 고령의 와상 환자들이라 집중적인 간호가 필요했다. 계속되는 집단감염과 병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구시와 대구 지역 의료진은 부산의료원이 이들을 수용하기로 하자 크게 고마워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부산시는 브리핑에서 “기꺼이 어렵고 힘든 일에 나선 부산의료원, 특히 간호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이 병동에만 간호사 60여 명이 투입됐고, 지원 인력 40여 명도 배치됐다. A 씨는 부산의료원 기숙사에서 숙식하면서 가끔 북구의 부모님 집에 들렀다. 부산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경우 전신 방호복을 벗는 과정에서 방호복에 묻은 바이러스를 통해 의료진 감염이 일어난 일이 많다”며 “방호복을 입은 채 장시간 특히 고된 요양환자 간호 업무를 하고 탈의하면서 감염이 이뤄진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전원 음성 판정 뒤에도 의료진 96명은 여전히 부산의료원 5~7층에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돼 있다. A 씨와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했거나 같은 병동에서 근무한 간호사 등 밀접 접촉자들이다. 격리 상태에서도 업무는 계속된다. 격리 병실에서 지내면서 근무 시간이면 제각기 다른 동선으로 병동으로 이동해 또다시 전신 방호복을 입은 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생활이 14일 격리 기간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이달 초에 이미 감염돼 무증상 상태로 지난 4일 부모님 집을 잠깐 방문했을 때 바이러스를 옮겼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는 A 씨가 일한 병동이 특히 바빴을 때다. 지난달 28일과 30일, 지난 4일에는 확진자 3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퇴원한 환자들도 있었다. A 씨가 입원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 대구 요양병원 환자 중 1명이 더 퇴원해 대구로 돌아갔다. 이로써 3명이 퇴원해 2층 병동에 남은 대구 요양병원 환자는 8명이 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129번 환자와 부산의료원 구성원 모두 평소 방역 수칙과 감염관리를 엄격하게 지켜 현재로서는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부산의료원의 접촉자 격리와 근무자 관리에 대해 특별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이달 안으로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는 부산대병원과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의료기관도 점검을 실시해 추가 의료인 감염을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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