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60. ‘평범’을 ‘예술’로 구출한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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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1941~ )은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이다. 미국 예일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1966년부터 영국에서 활동했다. 그는 런던의 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 데이미언 허스트를 포함한 영국의 젊은 예술가(YBA)를 지도하며 개념미술을 전파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1973년에 갤러리 벽 선반에 물이 담긴 유리잔을 올려놓고 ‘참나무’라고 명명했다. 이로써 그는 대상 자체보다 미술가의 의도가 중요함을 선언하며 영국 개념미술 운동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작가로 등극한다.

후기에는 재현과 리얼리티 문제를 탐구했는데, 1990년대에는 오브제를 미니멀하게 표현하는 회화작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그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들이 세계적 의미를 가진다고 인식했다. 그리고 이미지와 단어, 선, 색채 사이의 밀접한 관계들을 작품에 반영해 냈다.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인 2011년 작 ‘망치’는 작가의 드로잉 작업과 동일한 이미지를 확대해 3미터가 넘는 높이의 3차원 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예술적 소재로서는 너무나 평범한 망치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예술 작품으로 다시 구현된 것이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이렇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들을 선택하고,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일상적 사물의 확대와 변형을 통해 기존의 가치들을 새롭게 구현해 사람들의 인식의 틀을 열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평범한 일상들, 사물들에 대한 인식의 틀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많은 문제를 그냥 지나치며 간과했고, 그 때문인지 지금 소중한 것들을 상실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은 세상의 틀을 깨버리는 혁명이 아닌가. 예술로 새롭게 탄생한 ‘망치’처럼 우리의 현재도 새롭게 인식하고 전환하면 다가올 시대가 우울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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