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재개봉’으로 연명, 홍보·배급 등 전 분야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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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영화산업은] 상. 흔들리는 황금알 낳는 거위

코로나19로 인해 지난달 극장 관객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객 발길이 끊겨 한적한 영화관. 연합뉴스

한국에서 영화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전 세계에서 한국은 1인당 1년에 가장 많은 영화를 보는 나라이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한 영화가 5편이나 탄생하기도 했다. 모든 영화가 성공이라는 과실을 얻지는 못하지만, 지표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영화산업 강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영화산업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을 주제로 앞으로 3회에 걸쳐 영화산업의 변화와 대책을 짚어 본다.


지구촌 모두 신작 개봉 급감
세계영화제 개최도 불투명
정부, 영화기금 통한 지원
‘극장 위주 대책’ 비판 여론



■신작 개봉 줄고 세계영화제 안갯속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영화관을 찾지 않는 시대, 신작 개봉 수가 곤두박질쳤다. 영화를 개봉해도 관객이 찾지 않으니 신작은 아예 씨가 말랐다. 극장은 재개봉작으로 연명하는 수준이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영화 관객 수는 183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무려 1284만 명(87.5%)이나 급감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114억 원(88%)이나 줄었다. 영진위가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을 구축해 가동한 2004년 이후, 월별 관객 수 중에서 최저다.

개봉작이 거의 없다 보니 저예산 스릴러 외화 ‘인비저블맨’이 흥행 1위를 차지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2월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지난달 43만 명(누적 54만 명)을 동원했다.

한국 영화 개봉 편수는 1월 14편에서 2월 10편, 3월 7편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극장은 과거 인기작 위주로 재개봉 기획전을 펼친다. 재개봉작 중에서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가 3만 2416명을 동원해 재개봉작 흥행 1순위를 차지했다.

한국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세계 영화산업도 위축됐다. 특히 국제영화제는 세계의 주목할 만한 신작을 소개하는 장이자, 필름마켓을 통해 영화 세일즈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는 7월 개최마저 불투명해졌다.

앞서 칸 영화제는 5월 개최에서 6월 말~7월 초로 연기를 발표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7월까지 대중 행사를 금지하면서 7월 행사 개최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다만 칸 필름마켓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칸 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 국제영화제는 당초 계획대로 9월 2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베네치아 영화제와 칸 영화제 간 협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매년 전 세계 주요 국제영화제를 돌며 신작을 선정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해외 영화제 취소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출장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영화산업 줄줄이 타격

한국 영화산업 매출은 약 80%가 극장에서 나온다. 영진위에 따르면 하루 관객 수 역시 이달 들어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지난 7일 하루 관객 수는 역대 최저인 1만 5725명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장은 흔들리고 영화 홍보·마케팅, 포스터 인쇄 등 부수적인 업체까지 잇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

상황이 나빠지자 정부는 지난 21일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90% 감면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전에 부과금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영화인이 반발하자 감면하기로 했다. 따라서 극장 입장권 수입의 3%에 상당하는 부과금이 올해는 0.3%로 줄었다.

영화발전기금을 용도 변경해 확보한 170억 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영화산업 각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개봉과 제작이 연기된 한국 영화에 작품별로 최대 1억 원씩 총 42억 원을 지원한다. 현장 영화인 700여 명에 대한 직업훈련비로 8억 원도 지급한다.

하지만 이는 극장 위주의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극장과 제작사 외에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영화인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영화 포스터 디자인 회사 스테디의 안대호 실장은 “영화 개봉 전 (포스터 디자인 작업)선금을 받고 개봉 후 잔금을 받는데 1월 이후 작업한 작품이 개봉하지 않아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임대료부터 직원 월급까지 들어갈 돈은 많지만, 수입은 없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홍보·마케팅사 역시 영화 개봉을 기준으로 잔금을 받는 구조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영화 마케팅사 관계자는 “개봉하는 영화 자체가 없어 상반기 매출이 제로일 것 같다”며 “주변 마케팅사 중 몇 곳은 일부 직원이 휴직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극장뿐만 아니라 제작, 배급, 상영 분야 등 영화계 전반을 조사해서 세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영화가 극장 주도산업이라 극장이 흔들리는 것 중심으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는 평소 어려웠던 분야가 제외된 지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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