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읍성 내주축성비…성 쌓은 기념 건립 비문·외양 힘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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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축성비와 동래읍성 북문.

2015년 부산일보에 ‘부산의 비석’을 연재했다. 부산의 엔간한 비석은 그해 거의 다 찾아보았다. 어떤 비석은 비에 새긴 글이 서늘했고 어떤 비석은 낮고 가늘어서 서늘했다. 동래읍성 내주축성비(萊州築城碑)는 부산의 비석 가운데 가장 힘이 넘쳤다. 비문이 그랬고 백두장사 같은 외모가 그랬다. 이런 비석이 부산에 있었나 싶을 만큼 놀랍고 반가웠다.

내주는 동래의 다른 말. 동래에 성을 쌓은 기념으로 세운 비가 내주축성비다. 성을 쌓은 해는 1731년. 임진년 동래읍성 전투로 성이 허물어진 지 139년 만이었다. 성을 쌓는 도중 숱한 유해를 발굴했다. 임진년 순절한 동래사람이었다. 동래 금강공원 의총은 그들을 모신 봉분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순절자 유해는 2000년대 들어서도 나왔다. 2005년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을 지으면서였다. 역 구내 들어선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은 당시 이야기를 유물과 영상으로 보여준다.

동래는 성지다. 지하 곳곳에 순절자 한 맺힌 영혼이 속울음을 삼킨다. 발굴한 유해는 적지 않지만 빌딩 때문에, 도로 때문에 수습하지 못한 유해는 훨씬 많다. 동래를 지날 때는 발꿈치 들고 조심조심 다녀야 한다. 의당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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