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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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라이프부 레저팀장

세계의 역사는 일반적으로 ‘BC(기원전)’와 ‘AD(기원후)’로 구분한다. ‘BC’라는 뜻은 기준이 되는 해의 이전이라는 뜻이고 ‘AD’의 뜻은 기준이 되는 해의 이후라는 뜻이다.

그럼 여기서 기준이 무엇일까. 퀴즈프로그램에 가끔 등장하는 이 문제의 정답은 바로 ‘예수(Christ)의 탄생’이다. 기원전이라는 뜻을 가진 BC는 ‘Before Christ’ 즉 예수 그리스도의 이전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예수탄생 이후를 뜻하는 기원후는 왜 ‘After Christ’인 AC가 아니라 AD가 되었을까.


코로나 사태 이전과 이후는 다른 시대
확진자 수 줄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새로운 시대 맞는 규칙과 생활 방식 필요
지금부터 지혜 모아 새 형태 삶 준비해야

‘비포어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라는 단어가 TV의 변신프로그램(메이크오버)과 잡지에 자주 나오며 요즘 젊은 친구들에겐 이 말이 관용어처럼 익숙한 단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학생들이 세계사 선생님에게 왜 BC와 AC가 아니라 BC와 AD냐며 묻기도 한단다.

기원후를 뜻하는 AD는 영어가 아닌 라틴어 ‘Anno Domini’에서 줄여진 말이다. ‘주님의 해’라는 뜻의 이 용어는 로마의 수도원장이었던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처음 사용했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지금은 BC와 대비되는 세계공통의 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2020년, 전세계는 BC와 AD에 버금하는 또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BC의 시대에서 AC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BC와 AC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눈치 빠른 이는 짐작했을 것 같다. 바로 코로나19이다.

세계는 이제 2020년을 기점으로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을 뜻하는 BC와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를 뜻하는 AC로 나누어진다. 코로나 이후를 PC(Post Corona)로 부르기도 하는데 BC와 대비되는 AC라는 용어가 더 익숙한 것 같다.

두 달여 가까이 진행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이들이 집콕생활을 했고, 모임도 자제했다. 아이들은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했고 학교를 가지 못해 매일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코로나 신규 환자 발생은 확연히 감소했다. 사람들이 이제 서서히 기대를 갖는다. 엄마들의 온라인 동호회에선 아이들 등교 개학이 5월 안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곧 예전처럼 여행도 가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대한민국은 전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막아오고 있다. 사재기도 없었고 전 국민의 외출을 강제로 막는 이동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많은 것을 자제하고 협조한 국민들이 이제 성공의 결과물을 누리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환자 발생 숫자가 0으로 간다고 해도 우리는 다시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우린 이미 새로운 시대, AC(코로나 이후)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역사를 되돌려 BC의 시대로 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 이후, AC시대에 맞는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으로 살아가야한다. 이를 어떤 이는 ‘뉴노멀(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라고 표현한다. 이스라엘의 역사가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오래된 규칙은 산산조각나고 새로운 규칙이 쓰여가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전쟁 후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뛰어난 교육열 덕분에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다. 자식의 초중고 12년 개근이 부모의 큰 자랑이었고, 아픈 아이를 업고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가 교실에 내려주던 엄마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파도 참고 학교가고 회사가는게 성실과 미덕으로 통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많은 직장맘들은 병원에 입원한 아이를 밤새 간호하다가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나 역시 지난 연말 한때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떨게 했던 A형 독감에 걸렸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출근을 계속했다. 이 모든 건 BC시대의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AC시대에는 변해야 할 방식이다.

‘아파도 눈치보여서 휴가낼 수가 없다’에서 이젠 ‘아프면 당연히 학교, 회사에 가지 말자’가 AC의 뉴노멀이자 규칙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나 회사도 병결, 병가제도를 명확히 다듬고 보장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는 여러 영역별로 새 시대에 맞는 생활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감염병전문가들이 올 겨울 더 독한 코로나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AC시대에 맞는 슬기로운 생활규칙들을 빨리 만들어 정착시켜야 한다.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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