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임기·강력한 권한” 이유 있는 김종인의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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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비대위’ 과제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22일 4·15 총선 참패의 수습책으로 설왕설래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통합당은 최근 10년 새 비대위를 7번이나 구성했다. 역대 비대위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는 평이 우세하다. 특히 외부 영입 비대위원장의 경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임기를 마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내 비대위 회의론이 짙은 이유다. 이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갈등·리더 부재·무기력 등
4년 전 새누리당 전철 답습 우려
金, 당헌·당규 초월 권한 ‘승부수’
3040세대로 외연 확장도 절실



■비대위 구성 4년 전 실패 과정과 비슷

통합당의 이번 비대위 논의 과정을 보면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비대위 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당내 갈등, 강력한 리더십 부재, 무기력감 등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122’석을 얻으며 제1당을 내줘야만 했던 새누리당도 당시 비대위 구성을 두고 당내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진석 의원은 ‘김용태 혁신비대위’를 구성하려 했지만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이는 불발됐다. 이처럼 친박과 비박의 갈등 속에서 비대위 출범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이에 출범 시기가 지연된 ‘김희옥 비대위’는 단 두 달간의 활동 끝에 친박 핵심인 이정현 전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주며 오히려 주류 진영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그해 말 구성된 ‘인명진 비대위’의 경우에도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의원의 당원권을 정지했고, 당명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는 등 ‘그립’을 세게 쥐려 했지만, 당내 기반이 부족했던 탓에 친박계의 강력한 저항을 뚫지 못해 미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명진 목사는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통합당의 비대위 체제에 대해 “위기모면용이지, 제대로 혁신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내 다수가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택한 건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더라도 총선 민심이 요구하는 당의 전면적인 혁신을 이끌 만한 마땅한 리더가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비대위 체제 전환 결정에 대해 당장 총선 당선자 중 일부가 반대하며 당선인 총회를 요구하고 있어 김종인 비대위가 적시에 가동될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거 비대위 반면교사 삼아야

이와 관련, 비대위원장으로 정해진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제한이 없는 임기’와 ‘전권’을 전제로 통합당 비대위원장직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과거 실패의 경험과 맥락이 닿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미 2012년 한나라당 비대위 위원을 지냈고 같은 해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건너가 비대위 대표를 맡았다. 각기 다른 상황과 정당에서 다양한 비대위를 경험하면서 비대위 체제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임기 제한이나 당헌·당규에 얽매여서는 쇄신에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합당의 전신 정당 중 유일하게 성공한 비대위로 꼽히는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의 경우,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 스스로가 차기 대선 유력 주자였고, 19대 총선 공천권을 쥐었기 때문에 비대위를 통한 쇄신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의 한 당선인은 “비대위로 가지 않는다면 몰라도 비대위로 가자고 한다면 비대위에 충분한 기한과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며 “이를 두고 내부 분열상을 보인다면 이전 실패한 비대위의 전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을 통해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된 3040세대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젊은 혁신적인 인사들이 비대위에 대거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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