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의무… 안 지켜도 그만인 ‘장애인 생산품 의무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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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공기관이 ‘장애인 사업장 생산품 구매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기관은 관련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아예 기본적인 상생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
지난해 공공기관 의무 비율 0.3%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실적 0원
부산항만공사도 0.1%에 그쳐
위반 때 처벌 규정 없어 유명무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공공기관 843곳을 대상으로 2019년도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 실적과 2020년도 구매 계획을 공개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물품 구매 때 총 구매액의 0.3% 이상을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15%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한 곳이다. 고용노동부는 안정적으로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 구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 공기업으로 분류된 9곳 중 부산항만공사(0.1%)와 부산시설공단(0.12%)은 지난해 기준 의무 구매 비율인 0.3%를 한참 밑도는 실적을 보였다. 특히 부산항만공사는 올해도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을 0.1%만 구매하겠다고 고용노동부에 통보해 빈축을 샀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북항 관련 사업을 하면서 전체 구매액이 급격히 증가해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 비율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산대치과병원은 장애인 사업장 상품 구매에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준정부기관인 한국해양수산연수원도 0.17%로 의무 비율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들 기관이 장애인 사업장 생산품 구매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관련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제21조의5 등에 공공기관의 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처벌 규정은 없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 실적은 지자체 대상 지방 합동평가, 공공기관 대상 경영평가의 평가지표에 반영될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장애인 재활 시설 관계자는“공공기관은 사회적 기업, 장애인근로작업장 등 여러 사업장의 물품을 의무 구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먼저 상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곳도 공공기관인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부산시(3.69%)와 부산시교육청(0.53%), 남구(10.67%), 강서구(8.82%), 동구(8.53%) 등은 의무 구매 비율을 충족했다.

이상배·김준용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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