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전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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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지역화폐 동백전이 가입자 폭증으로 이르면 다음 달 캐시백 예산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동백전 발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해 지난해 말 도입한 동백전이 부산시의 근시안적 행정으로 1년도 되지 않아 체크카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동백전 가입자는 69만 6867명, 발행금액은 3943억 1800만 원, 사용금액은 3395억 3800만 원이다. 지난달 52만 4771명보다 17만 명가량 가입자가 늘었으며, 발행금액도 1400억 889만 원에서 배 넘게 늘었다.

지역화폐 가입자·발행금액 폭증
5월까지 캐시백 예산 600억 필요
부산시 확보 예산 485억 원 불과
KT 수수료도 눈덩이처럼 불어
근시안 행정 ‘체크카드’ 전락 위기

동백전 가입자와 발행금액 폭증은 코로나19로 캐시백 10% 혜택이 7월까지 연장된 데다, 접근성이 높은 부산은행에서 직접 발급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에서 동백전 발급이 시작되자 하루 7000명 수준이던 가입자는 1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까지 가입자는 80만 명, 다음 달이면 10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캐시백 예산이다. 현재 사용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캐시백은 전액 국비와 시비를 통해 지원된다. 동백전 도입 후 지난달까지 사용된 금액은 약 2000억 원으로, 이미 예산 200억 원이 캐시백으로 지급됐다. 지난달 기준 동백전 가입자 1인당 평균 26만 7000원을 충전해 23만 7000원을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이달 사용 금액은 1900억 원, 10% 캐시백 예산은 2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 다음 달에도 200억 원이 넘는 캐시백 예산이 소요된다. 5월까지 캐시백 예산만 600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확보한 동백전 캐시백 예산은 총 485억 원(국비 330억 원,시비 155억 원)에 불과하다. 하반기에 예정된 80억 원을 합치더라도 이르면 다음 달에 캐시백 예산이 모두 바닥나는 셈이다.

게다가 동백전 발행금액이 늘어나면서 KT에 지급하는 운영 수수료(발행금액의 0.99~1.155%)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동백전 발급 속도라면 연내 발행금액은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며, 이때는 KT가 운영 수수료만 100억 원 가까이 챙기게 된다.

캐시백과 운영 수수료에 대한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동백전은 발행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에서 뒤늦게 동백전을 발급받은 시민들은 카드를 받자마자 캐시백 혜택을 보지 못할 형편이고, 당초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내 소비 선순환을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의 도입 취지도 살리지 못하게 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캐시백 혜택이 늘면서 가입자가 폭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예비비 확보를 추진 중이지만 각종 재난 기금으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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