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향 가득, 메로구이에 반하다… 연제구 ‘심해’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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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인근 이자카야 ‘심해’의 대표 메뉴인 메로턱살숯불구이. 생선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맛이 독특하다. 부산시청 인근 이자카야 ‘심해’의 대표 메뉴인 메로턱살숯불구이. 생선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맛이 독특하다.

부산시청 근처에 재미있는 이자카야 가게가 있다. “이자카야에서 이런 것도 파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독특한 곳이다. 게다가 음식 맛이 좋으니 더 이색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올해로 영업 14년째를 맞은 ‘심해’가 바로 그곳이다.

‘심해’ 김병철(44) 사장은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어머니 권유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토목 관련 회사에 취업하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해 가족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는 20년 전이던 스물네 살 때부터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부산 시청 근처 위치한 이자카야

뿔소라버터구이·꿀오코노미야키 등

14년째 6가지 시그니처 메뉴 인기


김 사장은 학원에서 공부하다 일본 도쿄로 2년 반 동안 요리 유학을 떠났다. 초밥, 복요리, 소바 등을 파는 도쿄의 여러 식당에서 일을 배웠다. 주방장들은 음식 만드는 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친절히 가르쳐준 것은 아니지만 옆에서 보고 배우라며 요리 순서를 다 보여주었다. 재료를 구매하고 손질하는 방법도 다 일러주었다. 김 사장은 “일본 유학은 요리 인생에서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귀국한 김 사장은 서면에서 10년 정도 이자카야를 운영하다 시청 근처로 옮겨 4년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원래는 ‘시모노세키’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심해’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서면에서 장사할 때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주 들렀다. 그래서 그의 가게 벽면에는 유니폼, 배트, 글러브 등이 걸려 있어 야구장 분위기가 진하게 난다.

‘심해’는 이른바 ‘시그니처 메뉴’ 6가지를 14년째 유지하고 있다. 메로턱살숯불구이, 뿔소라버터구이, 꿀수제오코노미야키, 꽃새우 코스, 랍스타 코스, 알·곤·우럭매운탕이다.

메로턱살숯불구이는 메로 즉 비막치어의 턱살(가마살)을 숯불에 구운 음식이다. 생선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식감을 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고 숯불에 그대로 굽는데,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내도 나지 않아 생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부드러운 맛이 좋은 뿔소라버터구이. 부드러운 맛이 좋은 뿔소라버터구이.

뿔소라버터구이는 뿔소라에 버터, 간장, 소금, 후추 등을 발라 구워낸다. 김 사장은 “소라는 약간 딱딱하지만, 버터를 바르면 부드러워진다”고 설명했다. 뿔소라버터구이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먹기 편했다. 버터 향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꿀에 찍어 먹는 꿀오코노미야키. 꿀에 찍어 먹는 꿀오코노미야키.

꿀수제오코노미야키는 일본에서 배운 오코노미야키에 꿀을 넣어 만든다. 소스로 꿀을 내놓는 게 독특하다. 피자집 고객들이 꿀을 많이 찍어 먹는 데서 착안했다. 처음에는 원하는 손님에게 맛보기로만 내놓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대접하는 소스로 정착시켰다.

오코노미야키는 마 가루와 밀가루를 기본으로 하고 꽃새우 살, 홍합, 오징어 살, 돼지고기, 모차렐라 치즈, 달걀을 넣어 만든다. 위에는 가다랑어포를 뿌린다. 두께는 2~3cm 정도로 제법 두껍다. 오코노미야키만 먹으면 약간 짭짤한 맛이 난다. 그런데 꿀을 바르자 맛이 확 달라진다. 꿀을 찍어 먹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얼큰한 알·곤·우럭 매운탕. 얼큰한 알·곤·우럭 매운탕.

알·곤·우럭 매운탕은 비가 내리는 날에 잘 팔린다. 서면에서 장사할 때에는 점심시간에도 팔았지만 너무 힘들어 포기한 메뉴다. 알, 곤은 대구에서 나오는 것들을 쓴다. 여기에 산초, 방아를 넣고, 양념으로 고춧가루와 땡초를 추가한다. 매운탕은 국물 맛이 진하다. 우럭 맛도 강하게 느껴진다. 얼큰하지만 맵지는 않다. 매운탕을 계속 끓이며 먹으니 더 맛있다. 김 사장은 “평범한 매운탕인데도 손님들이 좋아해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꽃새우코스에서는 생꽃새우 껍질을 까서 내놓는다. 껍질과 알은 튀겨서 나중에 올린다. 여기에 식빵 튀김, 유자 사케, 계절 야채, 톳 나물로 이뤄진 기본 찬이 나온다. 유자 사케는 음식을 먹기 전에 입을 헹궈내라는 뜻에서 내놓는 것이다.

김 사장은 “손님이 무조건 많이 온다고 좋은 게 아니다. 느긋하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손님만 찾아오는 게 가장 좋다. 그렇게 하면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음식을 낼 수 있고, 손님은 100% 만족한다. 그것이 올바른 음식점의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해/부산시 연제구 시청로 32번길 23-1. 051-808-8088. 메로턱살숯불구이 2만 5000원, 알·곤·우럭매운탕 2만 원, 뿔소라버터구이 2만 원, 꿀수제오코노미야키 1만 5000원, 꽃새우 코스·랍스타 코스 12만 9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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