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택트는 ‘편리한 단절’ 꿈꾸는 현대인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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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 언컨택트

‘언컨택트’(Uncontact)는 비접촉, 비대면으로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에겐 사람과의 연결과 접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 바로 언컨택트다. 언컨택트는 2020년 코로나19로 촉발된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트렌드 분석가인 저자는 <언컨택트>에서 언컨택트는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온 욕망의 산물이자, 새로운 시대를 읽는 가장 중요한 진화 코드로 본다. 언컨택트는 소비의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종교와 정치, 연애를 비롯한 우리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새로운 삶의 방식
소비·유통·의식주·사회적 관계 변화
전방위적으로 확장된 트렌드 소개

저자는 언컨택트 현상을 유통과 소비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범위를 더 확장해 주목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라이프스타일, 소비, 유통은 물론 산업적 진화와 기업의 업무 수행 방식, 인맥과 사회적 공동체, 종교·정치·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된 언컨택트 트렌드를 다룬다. 일상, 비즈니스,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등 총 3부로 나눠 앞으로 우리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언컨택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사례와 자료를 들어 소개한다.

‘언컨택트’에는 ‘불편한 소통’보다 ‘편리한 단절’을 꿈꾸는 현대인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 현대인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센서 기술 등의 진화로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시대’에 살고 있다. 실시간으로 연결돼 끊임없이 데이터를 쏟아내고 소설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우린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초연결시대에 단절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과의 연결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 감정 소모, 피로에 대한 거부다. 종일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다. 배달앱을 통해 말하지 않고도 음식을 배달시킨다. 사람 대신 쇼핑 도우미 로봇을 둔 매장도 생기고, 호텔 프런트에 로봇이 손님을 응대하는 곳도 있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언컨택트가 우리에게 양극화와 디스토피아의 고민을 던진다고 말한다. 평생 사람들과 대면하고 소통하며 컨택트 사회에 완전히 적응한 기성세대일수록 언컨택트 사회에 새롭게 적응할 일이 더 많다. 이 과정에서 언컨택트 디바이드, 디지털 디바이드, 인공지능 디바이드뿐 아니라 관계에 대한 단절과 소외 현상도 드러난다.

저자는 “언컨택트 사회는 예고된 미래였지만,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전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며 “새로운 차별과 위험성을 내포한 언컨택트 사회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섭 지음/퍼블리온/312쪽/1만 8000원.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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