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 형성 과정의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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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 / 미술시장의 탄생

120년 전, 한양에서 한 외국인 신사가 조선백자 항아리를 들고 조선인 상인과 흥정을 하고 있다. 낯선 서양인의 출현이 신기한지 코흘리개 동네 아이들이 현장을 빙 둘러싸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발행된 <더 그래픽(The Graphic)> 1909년 12월 4일 자에 실렸던 삽화이다. 이 장면은 개항 이후 서양인의 등장이 은둔의 나라였던 한국의 미술시장에 끼친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술시장의 탄생>은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형태의 미술시장이 언제 태동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보여준다. 일간지 미술·문화재전문기자인 저자는 한국 미술시장이 전근대적 성격을 벗어나 근대적인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으로 이행한 시점을 개항기라고 본다.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의 첫머리를 개항기에서 시작하는 이유다. 미술로서의 고려청자의 발견이 이뤄지거나 갤러리의 전신인 ‘지전’과 ‘서화관’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개항기다.

이어 일제 문화통치 이전(1905~1919), 문화통치 시대(1920년대), 모던의 시대(1930년대~해방 이전)로 옮기면서 한국 미술시장 형성사의 세세한 풍경을 탐색한다. 손영옥 지음/푸른역사/424쪽/2만 7900원.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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