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독재 정권 시절의 암울한 시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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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르가사 요사 /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는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마리오 바르가사 요사의 장편소설이다. “불구덩이 속에서 내 작품 중 하나만 구해야 한다면 이 작품을 택할 것”이라고 했던 그의 대표작이다. 페루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암울한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학생 운동을 했던 신문사 기자 싸발라와 옛 운전기사 암브로시오가 주점에서 만나 과거를 회상한다. 신문 기자 싸발라는 정권에 결탁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자신의 아버지를 혐오한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옛 운전기사와 동성애 관계였다는 비밀을 비로소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동성애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 부랑자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옛 이야기의 회상 구조 속에서 독재 정권 당시의 정치적 탄압과 페루의 도덕적 타락과 체념, 팽배하던 냉소와 무관심을 그려내고 있다. “언제부터 페루가 이 꼴로 변해버린 걸까?” “온 나라가 죄다 개판이라고.”

역사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면서 절망과 환멸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다는 것이 뭔지를 보여주는 장편소설이다. 마리오 바르가사 요사 지음/엄지영 옮김/창비/전2권, 각 1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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