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본 보야지'] 1년을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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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레저팀 선임기자

코로나19 탓에 힘든 시기를 보내는 해외여행사 관계자 A 씨를 만났다. 2000년 이후 20년 동안 1년 열두 달 내내 여행객들을 이끌고 외국으로만 다니던 사람이었다. 늘 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할 일이 없고 수입도 없어 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불러줘서 고맙다고 농담하며 껄껄 웃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사이에 두고 내년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로마로 여행가는 상상을 하면서 즐겁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웃음 뒤에는 하루하루가 견디기 어렵다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숨어 있었다.

우리나라 해외여행업 종사자는 15만여 명이라고 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60여만 명이 여행 산업 덕에 먹고 살았다. 연관 산업 종사자들을 더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난다. 이들은 지금 장기간 수입이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휴업은 물론이고 폐업한 업체도 적지 않다. 부산에 있는 350여 개 해외여행업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에 고용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5000여 곳으로 2015년 메르스 때보다 17배나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행업계에서 일단 국내 여행부터 서서히 풀릴 것이라고 내다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경남도는 드라이브 스루 관광코스를 추천하고 나섰다. 비록 차를 몰고 가는 여행이지만 그동안 국내 관광객 유치에 조심했던 게 지방자치단체들의 처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많이 바뀐 셈이다.

여행업계에서는 국내와 중국 사정이 조금 나아진 점을 감안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중국 노선을 개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상 외국인 통제를 하는 중국 정부의 생각이 관건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일부 항공사에서는 항공권 사전구매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반응은 별로 없다고 전해진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골프 여행부터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행업계에서는 일러도 올해 하반기, 늦으면 내년 하반기에야 해외여행이 전체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든 것이 잘 굴러가던 지난 1월 상황으로 돌아가려면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또 설사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여행업계 상황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여행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전체 판도가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돼 중소형 업체는 몰락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나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는 A 씨의 두 어깨에는 무거운 바위 두 개가 얹힌 것처럼 보였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책은 시간뿐이라는 생각에 기자도 무거운 마음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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