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해리스 대사 사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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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가 사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9일 로이터통신이 ‘독점’보도한 주한 미국대사에 관한 기사 제목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대사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주변에 밝혔다는 게 기사의 요지. 기사는 특히 전임 대사들이 3년 정도 근무한 것을 거론하며 해리스가 11월 한국을 떠난다면 (한·미 관계가)정상이 아님을 암시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주한 미국대사는 1949년 부임한 존 무초가 1대이다. 해리스까지 모두 24명의 대사 중 실제 3년 이상 근무한 경우는 11번. 절반이 안 된다. 2000년 이후에는 정확히 3년을 채운 캐슬린 스티븐스가 유일하다. 우리 국민의 사랑을 꽤 받았던 마크 리퍼트조차 2년 2개월 만에 본국으로 떠났다. 해리스가 11월 한국을 떠난다면 재직기간이 2년 4개월 정도.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기사가 한국의 4·15 총선을 엿새 앞둔 시점에 보도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당의 우세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판을 흔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침 기사는 해리스 부임 후 문재인 정부와 겪은 수많은 갈등 사례를 나열하며 한·미 동맹이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앞서 3월에는 미 국무부가 ‘조국 사태’를 문재인 정부의 부패 사례로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야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국 대 윤석열’ 프레임을 내세웠다.

기사는 ‘콧수염 논란’을 예로 들며 해리스가 일본계라는 이유로 공격의 표적이 됐다는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국내 언론은 ‘마음 상했다’ ‘좌절감을 느꼈다’ 등의 제목으로 이 부분을 강조했다. 해리스의 사임 구상이 업무능력 부족보다는 부당한 편견과 공격 때문이라는 듯. 해리스 역시 외신 기자 모임에서 이 부분을 언급했다.

외교무대는 총성 없는 전쟁터로 비유된다. 주재국 대사는 전장의 최일선 지휘관인 셈. <손자병법>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주재국의 문화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지휘관은 승자가 될 수 없다. 한마디로 능력이 떨어진다. 혹 잘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갈등을 부추기려 한다면 머지않아 역사가 알아차릴 것이다.

미국 해군 전문지 네이비타임스(NAVY TIMES)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영국 서식스대 케빈 그레이 교수의 트윗을 인용했다. 내용은 이렇다. “그가 한국인들을 짜증 나게 한 것은 (콧수염 때문이 아니라)제국주의자적인 태도와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 정책을 깎아내리려는 시도 때문이다.” 해리스는 한국 대사로 부임하기 전 40년간 미국 해군에 복무했다.

김희돈 교열부 부장 happ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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