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의 세상 터치] 스마트폰 ‘의식주+폰’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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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옷과 음식, 그리고 집. 이 세 가지를 통틀어 ‘의식주(衣食住)’라고 한다.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을 ‘의식주와 밀접하게 관련된 삶의 연속’이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인간의 사회활동이나 국가 역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본질도 결국 입고, 먹고, 잠자는 사안을 해결하기 위함에 있다고 하겠다. 과거든 현재든 의식주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최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 동반된 의식주를 그저 평범한 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 익숙하게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늘 있는, 예사로운, 당연한 것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이다. 이는 원시인과 굶주림이나 전쟁에 많이 시달렸던 옛사람들에 비해 현대인들의 삶이 매우 안정되고 풍요로워져 의식주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입고 먹고 자는 것, 생활 기본 요소
교통·소통 더해 ‘의식주통’ 생겨나

스마트폰, 생활 필수품 자리매김
‘의식주’ 압도할 만큼 의존도 커져

폰 중독 등 부작용 해소 노력 필요
생존 도구로 슬기롭게 이용해야

의식주에 새로운 개념 하나가 더해져 생긴 신조어가 있다. 바로 ‘의식주통(通)’이다. 자동차와 기차, 선박, 항공기 같은 다양한 교통수단이 그동안 속도, 크기, 안전 등 측면에서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20세기 말부터 세계화를 촉진했다. 전 세계는 교통망을 통해 하루 내 거리로 좁혀지고 지구촌으로 묶였다. 의식주통은 대중화된 교통이 의식주에 이어 우리 일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걸 뜻한다.

의식주통 가운데 네 번째 요소인 통의 의미에 적합하면서도 요즘 우리에게 필수적인 가치를 찾는다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중시되고 있는 정보 또는 소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소식이나 생각을 주고받는 행위는 개인과 가족은 물론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통신활동에 사용된 수단으로는 비둘기, 봉화, 전화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1876년 벨이 발명한 전화기는 발전상이 눈부실 지경이다. 한 손안에 쏙 들어온 휴대전화로 탈바꿈해 정보화 사회를 이끄는 소통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6월 첫 출시된 아이폰을 필두로 등장한 스마트폰(Smart Phone)으로 변모하더니 급기야 첨단 디지털 시대의 대명사로 떠올라 PC를 밀쳐낼 정도다. 스마트폰은 5G로 진화한 ICT(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도 음성통화, 무선통신, 각종 정보 처리를 간편히 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여서다. 심지어 카톡, 밴드처럼 독특한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 양식까지 만들어 내며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응용 프로그램인 앱을 깔아 카메라, 녹음기, 계산기, 오락기, 비디오, 오디오, 책과 신문 등 다채로운 기능과 온갖 콘텐츠를 담을 수 있다.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한 스마트폰에 또 어떤 기막힌 쓰임새가 창출될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상태다. 당장은 가정의 모든 가전제품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의 제어기 역할을 예측할 수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에 무슨 변화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젠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로 ‘의식주폰’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세계 50억 명의 인구, 한국인 95%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한다. 스마트폰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주야로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사는 일상이 다반사가 됐다. 이용시간과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했단 통계치 발표가 잇따른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돼 의식주 생활마저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폰의식주’ 순으로 말해도 되지 않을까.

더욱이 최근 스마트폰 의존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지난 2월부터다.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 언택트(Untact)·온라인 쇼핑과 배달, 재택근무, 소규모 화상회의, 온라인 강의, 유튜브 랜선 라이브 공연·전시 등 새 풍조가 나타나 스마트폰 활용도와 중요성을 더욱 키운다. 이번 사태가 최대 2년까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는 보건당국 전망이 나왔다. 외출과 모임이 어려운 환경에서 스마트폰은 외부와 대화하고 연결하는 통로 구실을 하며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것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신체 일부처럼 여기던 스마트폰이 없을 때 느끼는 불안감, 폰에만 몰입하는 중독증, 모바일과 SNS에 만연한 가짜뉴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 등 폰의 부작용 역시 이루 열거하기 힘든 수준. 해소해야 할 숙제다. 미래학자와 IT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슬기롭게 이용하며 진화하는 신인류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 부른다. 똑똑해진 스마트폰을 인간 생활과 생존에 유익한 도구로 삼아 밝은 미래 창조에 노력해야 할 때다. 가끔 스마트폰으로 피곤해진 자신에게 잠시 휴식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폰과 거리 두기 말이다.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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