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닥 드러낸 지역화폐 ‘동백전’, 예고된 참사 아닌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지역 화폐 동백전이 자칫하면 발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유는 사용 금액의 10%를 돌려주는 캐시백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게 현실화되면 사용자를 유인하는 매력이 사라지면서 일반 카드와의 차별성이 없어져 버린다. 지난해 말 동백전 발행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된 금액이 3500억 원 안팎이어서 캐시백도 350억 원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부산시가 확보한 캐시백 예산은 국비 330억 원과 시비 155억 원 등 총 485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증가 추세라면 내달 말 이후로는 캐시백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동백전이 이처럼 6개월도 안 돼 효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캐시백 혜택 연장과 카드 발행 은행 추가 등에 따른 사용자 급증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누구나 예측 가능할 만한 사안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건 근시안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선 지역 상권을 살릴 수 없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선이 아니라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다.

동백전은 지속적인 운용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으며 출범했다. 세금으로 캐시백을 메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지역 업체를 찾는 시스템을 만드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지역 업체들이 캐시백을 마중물 삼아 자체 할인이나 혜택을 마련하면서 시민들을 끌어들이는 장기적인 플랜을 말한다. 또 동백전 운영사인 KT에 지급하는 1% 안팎의 수수료 역시 지역 화폐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충고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니 동백전 발행 중단 위기는 예고된 참사나 다름없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소비 증진이 절실한 시기이기에 동백전의 한계는 더욱더 뚜렷해 보인다.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에 비유되는 재난지원금 반납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이럴 때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한 부산시가 안타까울 뿐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