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기부’절충안도 野 “협찬 받아 나라 운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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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가운데)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3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되 고소득층의 기부를 유도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전 국민 지급에 일관되게 반대해 온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여전히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단속에 나섰다. 이처럼 정부 내 조율이 완전치 않은 데다, 야당의 협조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여당의 목표인 ‘내달 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 “29일까지 추경안 처리”
대야 압박 속 물밑 접촉 나서
기재부 반대에 정 총리 단속 나서
통합, 정부에 수정안 제출 요구
재난지원금 내달 초 지급 난망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되 고소득층의 기부를 유도하는 방식이)국민에게 가장 빨리 지원금을 전달하면서도 재정 부담을 줄이는 매우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것은 통합당의 손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하루하루 타들어 가는 국민의 절박한 형편을 생각한다면 국회가 공회전할 수 없다”며 “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첫 작품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의 무력화가 절대 아니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처럼 표면적으로 대야 압박을 계속하는 가운데 여야 회동 등 협상 테이블 가동 노력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대표 회동 등을 위해 통합당과 물밑 접촉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번 주 내로 추경안 협상을 마무리,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30일부터는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져 협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과 내달 7일과 8일에는 민주당, 통합당 모두 원내대표 선거로 교섭 당사자들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긴급재난지원금 처리를 위해 여당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도 여당에 힘을 보탰다. 정 총리는 이날 기재부 내에서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엄중 경고를 보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재정 건정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민주당의 절충안에 대해 고소득층의 기부를 이끌어 낼 구체적 방안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2차 추경 심사 착수를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당정이 제안한 기부 방식에 대해 “협찬받아서 나라를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정부 운영을 시민단체 운영하듯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제출된 추경안에는 재원 조달 부분에 국채발행 액수가 전혀 없다. (있는 항목에서)증액하는 것이 아니라 국채발행이라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새로 예산을 편성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또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측의 예산안 처리 방향을 전달받기로 했으나 자료 준비가 미흡해 보고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내일(24일) 오전 10시까지 공개질의 사항에 대하여 답변할 자료를 갖추어 국회예결위원장실에서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장이 이 자리에서 답변을 요구한 질문에는 추경안 총액 규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 국채발행총액 등이 담겼다.

이처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서도 여야 공방이 장기화될 기미가 보이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문 의장이 이날 국회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한시가 급한 일”이라며 “오늘 당장 여야가 만나 즉각 결론을 내고 의사 일정에 합의하길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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