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심 더 악화될라” 초대형 악재에 바짝 엎드린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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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성추행 사퇴] 충격에 빠진 지역 여권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퇴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도중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격적이다.” 23일 느닷없이 날아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퇴 소식에 부산 여권이 패닉에 빠졌다.

4·15 총선에서의 패배로 지역 내 엄중한 민심을 확인한 여권이 바짝 몸을 낮추는 상황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지역 여권 인사들은 이날 오전 오 전 시장의 사퇴와 관련한 <부산일보>의 단독 보도가 연이어 나가자 “정말 사실이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오 전 시장 측은 사태의 후폭풍을 감안, 사퇴의 사유로 ‘건강 문제’를 내세우자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시장 비서실에서는 이날 오전 사퇴설의 진위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고, 일부 여권 인사들도 취재진에 “암이 재발한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만하다” 비판 거세질까 당혹
현안 사업 지원 요청에도 부담
‘사퇴 시점 조율’은 강력 부인
통합 “권력층 관여 규명” 공세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퇴가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것임을 분명하게 고백했다. 이는 피해자의 사과 요구가 강력한 데다,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한 소문이 어느 정도 퍼진 상황에서 진실을 감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 여권이 이 처럼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 사태가 그만큼 ‘악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압도적인 총선 승리에도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새기며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사건은 ‘오만한 여권’이라는 비판론을 다시 촉발시킬 정도로 휘발성이 강한 소재다. 이미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등 여러 건의 성추문으로 비판대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오 전 시장이 총선 이후로 사퇴를 미룬 정황이 드러나면서 중앙 정치권 차원의 진실 공방도 불붙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오 (전)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오늘 (오전) 9시쯤 알았다”며 총선 때문에 사퇴 시점을 중앙당과 조율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전재수 부산시당위원장도 “오늘 오전에 오 (전)시장이 직접 전화해 ‘사고를 쳤다’고 알려와 그 때 알았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총선 이후 사퇴가 개인의 결정인지, 그 윗선의 누군가와 모의를 한 건지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고, 같은 당 정오규 전 부산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의 권력층이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묵인했는지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오 전 시장이 불명예 중도하차하면서 1995년 민선 시장 체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처음 차지한 부산시장 자리도 수성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보궐 선거 요인을 오 전 시장 스스로 제공한 데다, 사퇴 이유마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싸늘한 여권에 대한 지역 민심이 더 악화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여기에 가덕도 신공항 등 각종 지역 현안 추진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오 전 시장이 갑작스럽게 빠지면서 이들 사업들도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띄운 부울경 메가시티와 경부선 지하화 등 대형 현안 사업들도 시의 강력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게 됐다.

총선에서 어렵게 생환한 당 소속 재선 3인방을 통해 현안 사업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강도 높게 요청하려던 부산 여권으로서는 여러모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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