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마지막까지도 ‘정무라인’하고만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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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간부들 “사퇴 당일까지 전혀 몰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23일 사퇴 기자회견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치권은 물론 부산시청 내 고위 공무원들조차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전 11시 기자회견 전까지 여러 가지 설로 이날 부산시는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사퇴 결심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과연 누구와 논의가 이뤄졌으며, 시 내부에서는 여기에 대해 전혀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행정부시장, 경제부시장, 정책수석보좌관, 대외협력보좌관, 각 실장 등 고위급 간부들과 긴급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 전 시장은 사퇴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짤막하게 발표했다. 오 전 시장은 성추행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고,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시 고위 간부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한 고위 인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은 처음 듣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어 충격이 너무 컸고, 반문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사퇴에 이르기까지는 장형철 정책수석보좌관과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 등 정무라인과 소통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 전 시장은 막역한 사이인 박태수 전 정책수석보좌관도 방향 설정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오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상담소 측은 성추행 사건 이후 오 전 시장 보좌진과 이 사건을 두고 소통한 것으로 드러나 정무진의 사전 인지설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정무라인은 이날 취재진과의 연락을 끊고 자리를 비웠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이들 정무라인도 사직한다.

결국 취임 초부터 현재까지 정무 라인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오 전 시장은 사퇴 마지막까지도 ‘늘공’(늘 공무원)들은 배제한 채 ‘어공’(어쩌다 공무원)하고만 소통하다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내려왔다. 최세헌 기자 cor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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