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성추행이라니… 너무 황당해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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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시민 반응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23일 오전 부산시청 직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청을 나서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했다는 소식에 부산 시민들은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첫 지방 권력 교체로 큰 기대를 받았던 민선 시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많은 시민은 시장의 성추행 범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나타냈다.

“믿고 뽑았더니 상처만 안겨”
배신감·실망감 쏟아내며 분통
吳 페이스북에도 격한 댓글
공무원 노조 “구태 또 드러나”
여성인권단체 등 시민단체
“예견됐던 일” 엄중한 처벌 촉구

부산시의 수장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한 탓에 일부 시민들은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퇴 소식을 오보로 착각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 모(34·부산진구) 씨는 “오전 뉴스를 보고 오보로 착각했을 만큼 믿을 수 없었다. 너무 황당해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딸을 둔 입장에서 너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 모(22·금정구) 씨는 “다른 사유도 아니고 성추행으로 사퇴한다는 사실이 부산시민으로서 수치스럽다”며 “지자체장이 본인의 권력을 사용해 여성을 추행했다는 데서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진 모(44·서구) 씨도 “부산시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코로나가 잠잠해져 오 전 시장을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다니 실망감이 크다”며 “직원에게 몹쓸 짓을 할 때 취임 당시 시민들에게 한 그 많은 약속들은 잊혀졌는지 궁금하다. 오 전 시장을 믿고 뽑았는데 정말 큰 상처를 시민들에게 안겨줬다”고 토로했다.

오 전 시장의 페이스북에도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시민들의 댓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3전 4기 끝에 얻은 부산시장 자리를 단 5분 만에 날려 버리다니 어리석다”고 말했다. 사퇴를 밝힌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다른 네티즌들은 “성추행을 저지른 시간을 5분이라고 강조해 추행 사실을 축소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피해자에게는 5년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며 격한 분노를 표현했다.

여성인권단체 등 시민단체는 오 전 시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피해자 직원이 가장 먼저 피해 사실을 알린 (사)부산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도 오 전 시장의 성추행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상담소 측은 2018년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옆에 앉힌 사례를 들면서 “낮은 성 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소는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퇴 이후의 부산시는 철저하게 달라야 한다”며 피해자 2차 가해 예방을 비롯해 시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구성 등 조직 문화와 인식 개선을 당부했다.

공무원 조직도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이하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을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참담함을 표하는 동시에 공직사회 내부의 감시 체계마련을 약속했다. 23일 발표된 성명서를 통해 노조 측은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 받았고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도 엘시티 비리로 감옥에 있다”며 “이와 더불어 오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하면서 고위공직자 내부의 구태 관행이 또 한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신고센터’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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