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호출로 불려가… 상담소 도움 받아 ‘사퇴’ 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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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 있었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시청 공무원 A 씨에 대한 강제 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 A 씨의 입장문과 (사)부산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 등에 따르면, 강제 추행은 이달 초 벌어졌다. A 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시장의 수행비서로부터 시장 집무실로 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업무 시간에 업무상 호출을 받고 집무실로 간 A 씨는 그곳에서 강제 추행을 당했다. A 씨는 강제 추행을 당한 뒤 곧바로 이 사실을 부산시의 한 보좌관에게 알렸다. A 씨는 사건 다음 날 상담소를 찾아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 지원을 요청했다. 상담소는 A 씨를 도와 부산시 정무 라인에게 피해자의 요구 사항과 뜻을 전달했다.

피해자, 사건 후 보좌관에 알려
다음날 상담소 찾아 도움 요청
공개 사과·시장직 사퇴 요구
吳, 4월 말 시한 사퇴서 작성
법적효력 담보 위해 공증도
사건 이후 공식석상 안 나와
총선 당일에도 비공개 투표

A 씨는 오 전 시장이 강제 추행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할 것과 함께 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4월 말’까지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과 정무라인은 이를 받아들여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따르겠다’는 내용의 사퇴서를 작성했다. 사퇴서의 법적 효력을 담보하기 위해 부산의 한 법무법인을 통해 공증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은 또 오 전 시장의 사퇴 기자 회견 입장문 내용을 미리 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오 전 시장 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상담소는 아직 오 전 시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고발하지는 않았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김예지 상담팀장은 “피해자가 형사 고소를 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피해자가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진술해야 하고, 증거 자료도 준비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도 따르는 데다 가해자가 시장이어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형사 고소 부분은 앞으로 부산시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조정하는 등 정치적인 셈법을 했다는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A 씨와 상담소 측은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 씨는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힌다. 부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사건 발생 후 A 씨와 직접 대면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사건이 마무리되고 일상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 역시 총선 하루 전인 지난 14일 연가를 내고 선거 당일인 15일에는 비공개로 투표를 하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시청으로 출근은 했지만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고, 22일 산성터널 접속도로 금정 구간 개통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상담실장은 “피해자는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또, 성범죄 예방과 2차 피해방지 등에 대한 부산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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