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놓인 동백전] 지역화폐→ 지역업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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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전이 가입자 폭증으로 캐시백 예산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동백전을 발급받을 수 있는 부산은행의 한 지점. 정대현 기자 jhuyn@

부산의 지역화폐 동백전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부산시는 10% 캐시백 지급 기간이 끝나면 6%대로 캐시백을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발행 자체가 중단될 위기다.



이달 말 가입자 80만 명 예상
“캐시백 고갈 예견된 사태” 비판
자체 할인 제공 가맹점 모집 등
지속가능 모델 조기 구축 절실



■캐시백 고갈 예상 못했나

동백전은 지난 1월 9만 601명이 가입했지만, 캐시백 10% 기간이 늘어나면서 2월에는 20만여 명이 추가로 늘었다. 캐시백 10%라는 파격적인 혜택이 지속되고, 기존 가입자들을 통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3월에도 23만여 명이 추가로 가입했다. 특히 4월 중순 부산은행에서 발급가능해진 후엔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는 이들이 가입하고 있어, 이달 말엔 가입자가 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7월까지 10% 캐시백을 주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는 정부의 발표에 가입자 증가 속도는 더 빨라졌다.

추가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캐시백 예산 압박은 예견됐던 일이지만, 부산시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부산시의회 곽동혁 의원은 “세종이나 인천시에서 도입 초기 캐시백 고갈 사태가 발생했기에 부산에서도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며 “3월 초부터 사용금액별 캐시백 요율을 조정하고, 구·군과 연계한 중층구조와 자체 할인을 제공하는 가맹점 모집으로 지속가능한 모델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부산시는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KT 운영 수수료 적절한가

KT에 지급하는 운영 수수료도 예산을 압박하고 있다. 부산시는 발행금액 3000억 원 미만은 1.155%, 이상은 0.99%의 운영 수수료를 부담한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KT와 처음 계약할 때 운영 수수료 체계가 부적절하게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송지현(국제경상학부) 교수는 “동백전은 초기 고정비용은 크지만 발행금액이 커지면서 가변비용이 느는 구조가 아니다”며 “발행 금액 증가에 따른 정률적 수수료 방식은 부산시가 불리하다”고 말했다.

정률제는 발행 규모가 클수록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부산시와 비슷한 인구 규모의 광역 단위 지자체에서는 울산을 제외하고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아동수당·출산수당·공무원복지수당 등 정책수당의 이자를 지역화폐 운영 수수료로 지급하는 구조로 운영돼 별도의 운영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인천시는 초기 계약 때 정액제로 계약을 했으며, 지난해 1조 6000억 원 발행규모의 0.5% 미만의 운영 수수료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순환 구조가 핵심

지역화폐는 지역민의 돈이 수도권의 대형업체로 빨려가지 않고 지역의 업체 안에서 도는 이른바 ‘지역승수’ 효과를 발생시켜 지역 업체와 고용을 살리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초반에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캐시백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지역경제를 위해 지역화폐가 최적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캐시백을 ‘마중물’로 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즉 캐시백으로 시민들을 지역 업체로 유도하고, 최종적으로는 지역 업체가 자체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세금을 이용한 캐시백 유인구조가 시민들의 지역 소비 행태를 변화시켰으니 이를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캐시백만 지급하고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결제 수단으로 언제든지 바꿀 것이다”고 경고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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