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멈출 수 없는 동북아 해양수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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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해양수산부장

그야말로 '다이내믹 부산’이다. 오거돈 시장의 갑작스러운 성추행 사퇴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2년 전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이라는 이력에다, 동북아 해양수도라는 비전을 제시해 해양수산계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출범한 오거돈 시정, 임기 절반도 못 채운 채 그 비전마저 내팽개쳐질 위기다. 내년 4월 보선, 그리고 또 1년 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또 다른 주인공들이 새로운 비전으로 시민의 선택을 받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동북아 해양수도는 부산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발전 모델이다. ‘동북아 해양수도’는 오 시장이 아니라 20년 전 고 안상영 시장이 처음 주창한 개념이고,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론으로 발전한 것을 보면 이론의 여지가 없는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중요한 시정 방향으로 이어 가야 하고, 결단력 있게 실천해야 한다.

오 시장 중도 사퇴로 시정 비전도 폐기될 판
부산 특성 가장 잘 살린 발전 모델 이어 가야

신북방 협력 강화로 환동해 경제권 주도하고
동남권 관문공항, 어시장 공영화 지속 추진을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을 지속하면서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행정 투명성과 공신력, 수준 높은 감염병 대처 능력 등이 인정받아 세계 무대에서 역할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역의 틀도 원거리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역내 교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신북방·신남방 경제협력에 실마리가 있다. 신남방 정책보다 속도가 더딘 신북방 정책에서 부산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환동해 경제권의 거점 도시로 위상을 굳히면, 오 시장이 말했던 신북방·신남방 정책이 교차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마침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 국가들이 코로나19로 대면 마케팅이 어려워진 수출 무대에서 새로운 전략시장으로 떠올랐다고 코트라는 최근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5개국 관세동맹(EAEU)과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경우 무역수지가 연 21억 달러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기존 동남권 산업단지는 물론,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 등을 활용한 제조·가공·물류 산업을 활성화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물류 경쟁력 강화다. 수도권에만 있는 특송장을 전국 최대 항만인 부산에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해외 직구’ 시장에서 부산항 화물이 곧바로 통관 절차를 밟게 해야 운송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부산본부세관이 발주한 용역에서 타당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왔고, 부산시도 부산연구원에 현안 연구를 맡겼다 하니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항공에 의존했던 특송화물이 최근 코로나19로 운항 일정 취소와 운임 상승 현상이 빚어지자 해운으로 옮겨 오는 분위기도 읽힌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화물은 해운과 항공의 시차가 크지 않아 경쟁력이 있고, 새로운 동남권 관문공항이 만들어지면 항공 특송 화물도 충분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일부 물류 전문가들은 미국 시애틀이 부산의 발전 모델이라고 말한다. 인구 100만 명도 되지 않는 북서부 변방 도시이지만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31개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아마존 보잉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기업들은 왜 이 작은 도시를 근거지로 삼았을까? 전문가들은 항공·해운·철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물류망이 이들 기업을 끌어들인 가장 큰 동력이었다고 분석한다. 동남권 관문공항을 성사시켜 항공 물류를 항만·철도와 연결해야 물류 도시 부산의 인프라는 완성된다. 이와 함께 부산항 신항 주변 자유무역지대가 확장되고, 이곳에서의 가공·재포장 등 부가 물류 활동이 가능해지면 세계적인 물류 업체가 들어오지 말란 법도 없다.

수산 분야에서는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존 수협들이 청산 후 현대화 사업에 출자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업비는 늘어나게 됐지만, 공영 모델로 탈바꿈할 새 공동어시장이 부산 수산업의 재도약을 이끄는 거점이 돼야 한다. 내년 가동을 목표로 국내 최초로 기장군에 조성 중인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개발 사업을 비롯한 ‘기르는 어업’ 첨단화도 부산이 이끌어야 할 분야다.

임기 절반 이상을 남긴 시장 사퇴라는 리더십 위기는 지역 사회 여러 분야에 오래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해양수도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춰선 안 된다. 부산 시민과 시 공무원 조직, 시의회, 지역 산업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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