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직함도 없는 사람들이 선거 관여 안 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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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이너 서클’ 책임론

2018년 3월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북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부산일보DB

“지난 지방선거 때 친문(친문재인) ‘이너 서클’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지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충격적인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부산 정치권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 선출 과정에 깊이 개입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통령과 인연 이호철·정재성
선거·인사 등 막후 실세 역할
부산시장 후보 선출 과정 주도
유재수 발탁에도 관여 의혹
부산 민주당 인사들 불만 표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재성 변호사 등은 공직에 나서진 않지만 노무현-문재인 전·현 대통령과의 오랜 공·사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각종 선거와 인사 등에서 상당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이 전 수석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부산에서 ‘원팀’ 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오 전 시장을 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올리는 데 발벗고 나섰다. 그는 시장 출마 선언 일보직전까지 갔던 김영춘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말려 결국 오 전 시장이 단독 공천을 받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이너 서클 밖의 부산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선대위에 공식 직함도 없는 이 전 수석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실세 역할을 해도 되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결국 오 전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문제 등 벌여 놓은 수 많은 일 중 제대로 마무리 지은 것 하나 없이 중도 낙마하면서 “당시 후보 선출이 순리대로 진행되게 놔뒀더라면 이런 지경까지 안 왔을 것”이라는 ‘만시지탄’이 부산 여권 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2년 가까운 오거돈 시정의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된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 사태에도 ‘이너 서클’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오 전 시장이 개인적 인연도, 부산과 연고도 없던 유 전 부시장을 시 경제부시장으로 전격 발탁했을 때에도 이 전 수석이 영입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제1부속실 등에 근무하면서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호철 민정비서관, 현 경남지사인 김경수 행정관 등과 친분을 쌓았고, 실제 유 전 부시장도 이들과의 관계를 여러 차례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 전 부시장의 2017년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비위 의혹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할 때에도 오 전 시장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유 전 부시장을 감싸는 데 급급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5년형을 구형하면서 “다수의 직무 관련자들에게 금품을 수수했고, 특히 고위직인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옮기고도 자중하기는커녕 계속 이전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며 “전형적인 탐관오리의 모습”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시 전체가 자신으로 인해 엄청난 리스크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 전 부시장이 이런 안하무인의 행태를 보인 것은 친문 핵심이라는 뒷배를 믿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23년 만에 민주당이 차지한 부산시정을 소위 친문 실세들이 배출한 두 사람이 망쳤다”며 “책임지지도 않는 사람들이 더 이상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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