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개월 김종인 비대위’ 출범도 하기 전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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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위). 앞서 이날 오전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광화문 인근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이 우여곡절 끝에 28일 오후 당 전국위원회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수락의 전제처럼 언급했던 ‘임기 제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이 이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합당 전국위 임명안 가결
당헌 개정 불발 ‘8월 말까지’
김 “추대 아니다” 수락 불투명
거부 땐 내부 진통 격화 전망

통합당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재적위원 639명 중 3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위원회를 열어 과반의 찬성으로 김 위원장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찬성이 177명으로 반대 80명을 압도했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당내 다수의 찬성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이 이날 전국위에 앞서 당헌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개최하려던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원 45명 중 과반에 못 미치는 17명만 참석하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당헌 개정안은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오는 8월 31일 전당대회를 열도록 한 경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즉,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상정해 비대위원장의 활동 기한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임기 제한을 없앤 것이다. 통합당은 올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합쳐 출범하면서 차기 전대를 8월 31일까지 열어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경과규정을 당헌 부칙에 뒀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비대위는 수락할 수 없다”면서 당 지도부에 차기 대선 1년 전까지인 내년 3월까지 대선후보 발굴 등 당의 대선 승리 여건을 갖춘 뒤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이 부칙 개정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임전국위가 무산되면서 ‘8월 31일’ 규정은 그대로 남았고,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활동 기한은 4개월 남짓에 불과하게 됐다. 이날 상임전국위 무산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자체에 반대하거나 김 위원장의 ‘전권 위임·무제한 임기’ 요구에 불만을 표출해 왔던 다선 중진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진들은 실제 상임전국위, 전국위 개최를 앞두고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참을 종용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당 전국위가 이날 임명안을 가결했지만, 김 전 위원장이 이를 수락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의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은 “김종인 대표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헌 부칙 개정 무산에 대해 강한 불만이 담긴 메시지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임기 연장’ 문제를 해소하면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2016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례 2번을 놓고 ‘셀프 공천’ 논란을 빚었듯, 김 위원장이 ‘셀프 임기 연장’을 시도할 경우 당내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해 온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전국위에서 “무제한 임기와 전권을 달라는 김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임기를)8월 31일로 하는 데 대해 확실히 수용했는지가 빠진 상태에서 (절차를)억지로 밟았다”고 반발했고, 3선의 조해진(경남 밀양함안의령창녕) 당선인도 “김 전 위원장이 지금까지 말해 온 것으로 볼 때 거부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라며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자기 임기를 자기가 늘리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다”고 견제에 나섰다.

이처럼 당내 중진 그룹들의 강한 비토 기류 속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될 경우, 4·15 총선 참패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통합당의 내부 진통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지지한 초·재선들과 반대 입장에 선 다선 중진들과의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내달 원내대표 선거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전창훈·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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