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진동 미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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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면서 엊그제부터 ‘생활 방역’이 시작됐다. 움츠렸던 일상생활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봄에는 입안에서 톡톡 터져 싱그럽고 쌉싸래한 향으로 ‘봄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해산물인 ‘미더덕’이 먼저 떠오른다. 특유의 향과 오도독하고 씹히는 식감이 독특하고 구하기도 쉬워 된장국이나 비빔밥, 찜 등 다양한 음식에 널리 쓰이는 바다 식재료로,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 주는 봄철 건강식이다.

미더덕의 ‘미’는 ‘물(水)’을 뜻하는 옛말로, ‘물에 사는 더덕’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생김새도 독특해,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남자의 생식기와 비교해 ‘거시기’와 비슷하다고 묘사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외국보다는 거의 우리나라에서 주로 애용된다.

특히 부산 인근인 경남 창원 진동만은 국내 미더덕의 본산지로 꼽힌다. 전국 생산량의 70%인 연간 3000여 톤을 생산해 압도적인 비중을 자랑한다. 진동 앞바다가 내륙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난바다의 파도가 미치지 못하고, 수심과 수온도 적당해 미더덕 양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처럼 사랑받는 미더덕이지만, 사실 미더덕 양식은 오래도록 금지 사항이었다. 미더덕이 양식 중인 굴이나 피조개, 홍합 등의 생육에 해를 끼치는 생물로 간주돼 퇴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1980년대 들어 미더덕 양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진동 어민들에게 수산 행정 기관이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이후 진동 어민들이 직접 나서서 미더덕의 무해성을 입증했지만, 미더덕의 해금은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과 20년 전인 지난 1999년에야 정식으로 정부의 양식 허가가 났다.

우여곡절 끝에 해금된 진동 미더덕은 지금 창원시의 ‘효자 해산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엔 ‘2020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에서 전국 수산물 브랜드 부문 대상을 차지해, 전국적인 자랑거리가 됐다. 전국에서 유명한 7개의 대표 수산물과 경쟁해 인지도, 품질, 선호도, 만족도, 신뢰도 등 7가지 평가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이다.

지역의 자부심이기도 한 진동 미더덕의 홍보를 위해 2005년부터 매년 축제가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돼 아쉬울 따름이다. 대신 수산물 브랜드 대상 수상을 축하하는 행사가 8~10일 열린다고 하니,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이어질 듯하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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